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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쨍쨍 내려 쬐이고 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옆엔 노란 씀바귀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다. 아파트의 성근 쇠 담장위를 보니 하얀 찔레꽃이 제철인양 예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화곡동 집 찔레꽃들도 저처럼 피고 있겠지... 그곳 옛집 생각이 간절하다. 꽃 속에서 꿀을 따는 벌을 따라가며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디선가 ' 우르르쾅' 천둥치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은 맑다. 개천변으로 들어 섰다. 맑은 물속에 송사리떼들이 이리저리 몰려 물결을 타며 도망을 다닌다. 연보라색 오동나무꽃이 흐르는 수면에 드리우며 초여름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오동나무 꽃이 피는건 처음 보았다. 오늘은 우리 아파트에 마을 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마침 검정 서리태 콩, 쥐눈이콩에 노랑 기장쌀이 떨어져 가기에 이를 사기 위해 들렸다. 기장쌀은 노오란 색에 빛깔도 곱지만 밥맛도 아주 좋게 한다. 원래는 마을 농협에서 사다 먹었는데 이곳이 가격도 괜찮고 그를 파는 가게 여인이 무던하여 이곳에서 단골로 사게 되었다. 그녀는 우리 딸 아이 또래의 젊은 아줌마다. "어서 오세요" 반기더니 갑자기 "어제는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어찌 생각나는지 잠을 못 이루었어요." 나를 보니 자기 친정어머니 생각이 난 모양이다. 엊그제가 어버이 날이라 그럴게다. "그래, 나도 그래, 우리 어머니는 나보다 훨씬 젊은 예순여덟살에 돌아 가셨어. 그래도 나는 항상 엄마 앞에 어린아이처럼 엄마를 그리워 하고 있지... 어머니가 돌아 가시던 날 나는 마지막으로 차가워진 엄마의 젖가슴을 싫컷 만저 보았거든... 모든 어머니는 다 똑 같애."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콧물까지 주룩 흐른다. "나 휴지좀 줘, 눈물이 나면 왜 콧물까지 흐르는지 원...^^" 이것 저것 주섬 주섬 흥정이 끝나고 돈도 지불했다. 갑자기 '우르르 쾅' 하더니 소나기가 쏟아 지기시작한다. 산지사방으로 쏱아지며 가개안으로 들이치는 비바람. 추운 날씨가 풀린 후로 막았던 벽막이를 모두 없앤 상태다. 사방에서 비는 사정 없이 연방 들이 친다. 상품들이란게 김. 미역. 며루치등 건어물에 뻥튀기 가득 담은 커다란 비닐봉지, 여러가지 곡식들... 모든게 비를 맞으면 않되는 마른 상품들이라 이를 건사하려니 정신이 없다. 저를 어쩌지, 지붕 한가운데서도 비가 주루륵 쏟아진다. 이 가게는 합섬텐트 헌겁을 지붕으로 한 임시 천막가게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여는 터라 그리밖에는 가게를 만들 수가 없는 자리다. 남편 되는 젊은이가 잽싸게 사방에 벽을 둘러친다. 가림막 천에 '찍찍이' 천을 서로 붙이니 비교적 쉽게 일이 마무리 져진다. "여자 혼자서는 장사하기도 힘 들겠네..." 불시에 큰 난리를 만난 듯 옆에서 어이없이 지켜보던 내가 입을 열었다. "정말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남편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는 고운 용모에 아담한 체구, 나무랄데 없는 귀여운 외모다. 친정에서는 귀염을 받고 자란 셋째 막내 딸이란다. 내 딸아이 또레라 마음이 켜서 매번 장날이면 섭섭지 않게 물건을 팔아 주고 대화도 나누며 정이 든 사이다. 요즘은 여간해서 곁을 주는 젊은이도 드물다. 더 이상 나이 먹은이에게서 얻어 낼 지혜도 없다. 모든 게 컴퓨터에 나와 있고 간장 된장 고추장 모두 담아서 파니 담구는 방법을 배워야 할일도 없으니 기로울게 없는 너무나 편리한 세상이다. 먹고 살 걱정도 없고 아이도 하나만 나서 키우니 그닥 힘들일이 덜하니 우리 때와는 영 판이한 환경이다. 오직 자기 몸과 일신의 목적 달성, 즐거움을 위해 뛰기도 바쁜 세상이다. 일상적인 공통화제의 부재이다. 그들과 인사는 나누어도 말벗이 되기는 어렵다. 한참 빗설거지가 끝나자 바쁘던 그의 젊은 남편이 숨을 돌리며 혼잣말처럼 되 내인다. "에이 사는게 구질구질 해서..." 내가 보는 앞에서 벌린 궂은 일들이 무안해서겠지... "사는 게 쉬운 게 어딧어요. 다 그래요. 그냥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뜻이 맞고 가정이 화목하면 그게 최고지요. " 하늘이 울분을 모두 토해 낸 모양이다. 기다리던 끝에 비가 좀 주춤 해진다.'감자탕을 해 먹어야지' 하면서 큰 토종닭 한마리를 토막쳐 달래서 더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 그 젊은 여주인이 무겁다며 그연히 우리 아파트 문앞까지 들어다 준다. 따뜻한 젊은이다. 좀 있자 검은 구름은 거짓말처럼 걷히고 맑은 하늘에 햇볕이 쨍쨍 내려비친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번개치고 소낙비 내리고 다시 맑고 산들바람 불어 오고 따사로운 햇빛 비치고... 2012.5.16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