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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낚시 여행을 가다.(첫째 편)                      청초                    
                                                                       
    “어머니”
    막내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이제는 집에 돌아와 꿈결에 들린 소리다.

    어제는 2박 3일 코스로 전주에 사는 막내아들집엘 다녀왔다. 몇년 동안 벼르던 일이다.
    매번 가기로 해 놓고는 어느 해는 내가 아파서, 어느 해는 남편 건강이 시원찮아서
    무산이 되곤 하였다. 근데 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엄마가 좋아하는 아주 작은 낚시
    대로 붕어를 낚을 수 있는 저수지를 발견했단다.  

    그 애와 우리는 특별히 낚시로 엮인 사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낚시회버스나
    영등포역에서 첫새벽 4시40분 통근열차를 타고 복잡하여 자리가 없으면 지나다니는
    길가운데에 낚시걸상을 펴놓고 앉아서 졸며 고락을 함께 하며 고기를 낚으러
    다녔다. 그시절 생각이 나는지 매번 낚시를 가자며 엄마 아빠를 초청한다.

    분당 버스터미널에서 전날 예매를 하여 길을 나섰다. 3일 연휴가 낀 날이라 예매를
    하지않았더라면 가지도 못할 뻔하였다. 칭 황금연휴라던가...

    버스전용차선이 있다지만 명절 때 모양 차가 떠나자 모든 길은 버스와 승용차로 꽉 메였다. 가다서다 거의 정차 수준이다. 들리려던 휴계소를 지나치고 버스는 그냥 달린다.
    시간에 쫒긴 버스기사가 되도록 제 시간 안에 맞추어 대려고 달리는 모양이라 짐작이 간다.

    그러자 어떤 중년의 남자가 버스기사에게 정중하게 휴계소에 들르기를 부탁한다. 휴계소를 찾아드니 사람의 생리는 다 똑같은지 화장실 앞이 장사진이다. 상인이 일러 주는 대로 또다른 곳을 찾아가니 그도 마찬가지, 마침 표지판에 임시화장실이라는 방향 표시를 찾아가니 그곳은 조금 한가하여 겨우 용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여전히 화장실 앞은 장사진이다.

    “점심은 우리 휴계소에서 맛있는 걸 사먹자“며 달랑 끓인 물 한병만 들고 나선 길이었다. 휴계소 우동이 맛있던 데 우동을 먹을까. 떡 볶기를 사먹을까, 비빔밥을 사먹을까 하며 벼르던 계획은 완전 수포로 돌아 가 버렸다. 삶은 통감자 튀긴 걸 먹기로 의견 일치를 보았는데... 어렵쇼. 감자장사가 한가하여 그걸 달라했더니 옆에 선 긴 줄을 턱으로 가리킨다. 미리 그곳에서 돈을 내고 표를 가지고 오는 구조로 바뀐 모양인가 보다.

    버스를 내릴 때 휴식시간은 15분이라고 미리 말을 들은 터라 줄을 서 살 시간이 없다. 겨우 호두과나 두 봉을 사서 한 봉은 우리가 먹고 조금 많은 한 봉은 손자아이들을 위해 사들고 버스를 찾아 뛰었다. 단걸 먹으면 안 되는 남편 때문에 껍질은 까서 남편을 주고,
    팥 앙금은 내가 먹고... 오늘 따라 팥 앙금이 많이 들어 있다. 겨우 허기만 면한 셈이다.
    까짓 감자튀김이라는게 노릇노릇해야 하는데 그냥 기름에 굴린 수준...
    그런 건 별맛이 없을 터, 안먹어도 괜찮아, 자위를 한다.  

    천안을 지나자 길이 조금 한가 해 진다. 버스기사는 전력 질주다. 버스를 내리자마자
    점심은 사먹고 우선 낚시터를 가지로 했었는데 며느리가 집에 들러서 점심을 자시고
    낚시를 가란다. 집에 들르니 손자 손녀들이 엉겨 붙는다. 노상 전화를 하며 낯설지
    않으니 함께 살지 않아도 살가롭다. 시장하던 차 며느리가 잘 차려 놓은 늦은 점심을
    허둥지둥 먹는다.밥 수저를 놓자마자 옷을 갈아 입고 운전을 하는 막내아들 손자 건우를
    데리고 우리 넷은 낚시터를 향해 차를 달렸다.

    전주 날씨는 온 세상을 달구려는 듯 햇볕이 뜨겁다. 요즘 한참 가물던 날씨다.
    드디어 낚시터엘 도착했다. 무슨 공사를 벌리는지 세멘트 수로를 만들기에 한창이다.
    널판지를 깔아 겨우 건너가게 되어 있는 길을 아슬아슬 건너서 저수지를 향했다.
    저수지는 연잎으로 하나 가득 꽉 차 물이 안 보인다. 모를 심기 위해 저수지 물을 뺀
    모양인지 수면이 낮게 가라앉았다. 꼬불거리는 논뚝 길로 한참을 찾아 드니 겨우 낚시를
    할 수 있는 좌대가 놓여 있다. 누군가가 좌대 가까운 곳 수초를 제거 했는지 겨우 세
    사람만이 낚시를 드리울 수 있는 자리가 비어 있다.

    지렁이를 끼우고 드디어 낚시를 던졌다. 남편이 먼저 아주 작은 씨알의 붕어를 낚았다.
    다행이다. 낚시라는 게 아주 벼루고 간 날에도 한 마리도 못 낚고 허탕을 치는 날도
    다반사다. 요즘 들어 건강이 시원찮던 그에게 기쁨이 되었을 터이니까.
    두 번째로 손자가 작은 붕어를 낚았다. 건우는 기뻐서 의기충천
    "자! 기념사진을 한 장 찍어야지."
    표정을 잘 지으라 하니 혀도 내 밀었다가 붕어를 삼키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런 개구쟁이를 보았나.  예전에 막내를 데리고 낚시를 다닐 때 생각이 불연 듯 생각 키운다.

    세월도 참 빠르기도 하다.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니 꼭 손자만 할 때다.
    막내는 지금 아버지 낚시 대 보살피랴. 제 아들 지렁이 끼워 주랴. 내 것까지 낚시를
    던져 주려니 제가 할 시간이 없다. 근데 나는 왜 붕어를 한 마리도 못 잡고 있는거지...

    찌놀림이 요란하여 올려 보면 잡힌다는 게 정말 며루치만 한 송사리가 고 작은 입을 정확하게 물고 올라온다. 기술은 프로급인데, 이래 뵈도 소싯적에 월척은 못했지만 길이 27센티 짜리 붕어를 낚은 적이 있다. 붕어는 잘 잡히는 포인트가 있다. 손자가 주춤한 사이 그쪽으로 찌를 던져 보았다. 넣자마자 작은 붕어가 잡혀 올라오는 게 아닌가...

    남편이 어째 다 잡은 물고기를 노쳤다 하는데 제법 씨알이 굵었다 한다. 나도 언듯 본 것 같기는 한데... 낚시꾼이 노친 고기는 얘기 할 때마다 손바닥을 폈다 오므렸다 하며 크기가 달라진다 하며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새끼붕어가 많은 걸 보면 분명히 어미 붕어도 있을게 당연하다. 작은 물고기는 재미없다며 남편이 손을 씼는다. 물론 잡은 고기는 잡는 즉시 모두 방생하였다.

    드디어 막내아들이 그 자리에서 낚시를 던진다. 그 애도 이제 제 자식을 키워보니 먼저 부모님을 배려하고 제 자식도 사랑하며 점점 인생의 폭이 넓어 진것 같다.

    해는 누엿누엿 서산을 향해 점점 기울더니 드디어 찬란한 석양빛만 남기고 산 넘어로
    꼴깍 넘어갔다. 지는 해는 잠깐이다. 우리는 서둘러 집을 향해 낚시터를 떠났다.

                                                                       201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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