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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집에서                           청초

    낚시터에서 집으로 돌아 왔다.

    처음 집에 도착했을 때 손자들은 배에 두손을 대고 마치 스튜어디스 처럼 공손히
    “할아버지 할머니 어서 오세요.” 떠듬 대면서도 분명하게 인사를 한다.
    귀엽고 신통하다. 내심 에미가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좀 있자 손녀가 제가 배우는 영어책, 받아쓰기 공책등 제가 할머니께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들을 들고 우리 방으로 가지고 온다.손녀아이는 6살 유치원생이디.

    영어 발음도 어찌 유려한지 인터네이션도 거의 본토 발음(?)이다. 길고 모르는 단어
    는 좀 얼버므려서 그렇지 정말 깜짝 놀랄 수준이다. 내가 영어가 젬병이었다면 아이
    들 앞에 면이 안 설번 했다. 손자의 일기장을 보았다. 내용이 있는 작은 수필이다.
    그도 보고 깜짝 놀랬다.
    '여기 나를 닮은 문필가가 나오려나...'
    보통 아이들 일기를 보면 매일 ‘몇시에 일어아서 밥을 먹었다. 친구하고 놀았다.’등
    아주  단순한 내용을 나열하여 쓰는게 보통이다. 근데 제법 의견도 있고 생각도 하고
    그나름 유머도 구사하는 그런 내용이다. 두 아이가 모두 재주가 많은 것 같다.

    풋 방구리 쥐 드나들듯이 우리가 거처하는 방(원래는 손자방)문턱이 달을 지경이다.
    "우리집에 고슴도치가 있어요." 한다.
    보니 발코니에서 제법 큰 회색빛 고슴도치를 키운다. 학교에서 한 가지 애완동물을
    키우라 하여 며느리 친정 오라버니 집에서 건너 온 물건이란다. 가죽 장갑을 끼고 만
    지는데 밤송이처럼 거친 가시에 언제나 엎드려 있으니 그다지 친밀감이 가는 짐승은
    아닌 것 같다. 잘못 건드리면 물기도 한단다. 손녀아이는 겁도 없이 장갑을 끼고 만져
    보곤 한다.  

    글쎄... 나로서는 집안에서 애완견을 키워도 세균오염등 불결함에 혐오감이 생길 것
    같다. 생각 같아서는 아이들은 넒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서 진돗개 같은 충직하고
    점잖은 큰 개를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재롱을 보며 즐기는 사이
    밤이 깊었다. 흥분하여 잠을 자려들지 않는 아이들을 제 에미가 겨우 진정시켜 잠을
    재운다.  

    다음 날 아침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발코니에 관음죽이니 몬스텔라등 화분을
    청청하고 정갈하게 잘 키우고 있다. 온 곳에 한문 글씨본이 붙여 있다. 하다못해
    화장실 안에도 있다. 얘네들이 아이들 교육에 얼마나 관심을 기우리는지 한눈에
    알겠다.

    밝은 햇살에 끌려 우리는 아침 운동겸 아파트 경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넓은 대단위
    아파트를 어찌 앉혔는지 획일적이지 않게 잘 조합 배치를 했다. 곳곳에 대나무등 수
    목을 심어 놓은 것이 초여름 하늘에 치솟듯이 자라고 있다, 붉은 꽃 색깔에 끌려 가
    까이 가서 보니 요사이는 보기 드문 양귀비꽃이다. 이 꽃은 그냥 심으면 법에 저촉
    되는데...

    조금 더 돌아 다녀 보니 아파트 한 귀퉁이에 대단위 화훼 밭이 있다. 아까 본 같은 양귀
    비꽃,  하얀 데이지 꽃,화곡동집에 만개하던 서양달맞이 노란꽃, 꽈리나무, 장미꽃등이
    만개  해 있다. 각종 묘목을 작은 화분에 씨를 뿌려 키우고 꽃을 피워서 골고루 아파트
    단지에 공급을 하는 모양이다.

    좀있자 마침 꽃밭주인이 나타났다. 그는 정년 퇴임 후 이곳에 근무하면서 꽃을 키운다
    한다. 양귀비꽃은 유전자변형이 된 화초양귀비란다. 여러 가지 꽃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호인을 만난듯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는 그가
    행복해 보였다.

    아침 산책후  집에 들어 오니 아직도 손자들과 아들은 꿈나라...
    며느리만이 아침준비를 한다. 오늘은 무얼 할까... 낚시는 어제 한걸로 마감을 하기로
    정했다. 밥상머리에서 막내아들이 오늘은 새만금 방조제를 가보자고한다.
    생각 같아서는 나는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변을 가 보고픈 마음인데...
    매화 꽃도 다 졌을것이고 뭐 볼게 없단다. 나만이 가고파 그렇지 아이들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럼 그러지 뭐...”
    신문이나 메스컴에서 한참을 떠들던 곳이기도 하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운전석
    옆자리... 원래는 며느리 자리다. 그래도 얼마나 보고픈 아들인데 오늘만은 양해를 구
    하고 오랜만에 내가 앉아 가 보기로 했다. 좀 있자 뒷좌석의 두 손자들의 다툼이 시작
    된다. 장난이 반이지만 서로 양보가 없다. 좁은 자리에 며느리. 손자. 손녀. 할아버지
    이렇게 넷이 앉아 가려니 자리도 비좁긴 하다.

    둘이서 서로 영역싸움이다. 역시 아이는 아이다.
    "시끄럽게 굴면 운전하는 아빠가 위험하다" 해도 마이동풍, 깔깔 거리고 칭얼대고...
    내가 우리 아이를 키울때도 저랬나...
    돌아 올 동안 두 아이들은 끝없이 서로 엉켜서 장난을 치고 말로 다툰다.
    내가 앞자리에 앉았기에 망정이지 그 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지칠까.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이 난다.

    푸른 빛으로 넘실대며 끝도 없이 드넓은 호남평야를 가르며 달려서 그렁저렁 우리의
    승용차는 새만금 방조제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모양 구경을 왔는지 주차해
    놓은 차가 많다. 우리도 그 사이에 끼어 빈곳에 주차를 했다. 시원한 바다를 볼 겨룰도
    없이 어느 사이인가 건우가 날다람쥐 처럼 철책사이로 빠져 나갔다. 거의 45도 각도가
    진 거친 축대돌들을 밟고 저 밑에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곳까지 네려갔다. 우리가 쫓아
    가 끌고 올수도 없고 어찌 말릴수가 없다.

    "건우야, 우리는 차를 타고  떠나려고 하는데...!"
    협박아닌 협박을 하자 허둥지둥 되 돌아 온다. 사진이고 뭐고 다음 지역에서 찍자며
    우리는 다시 화급히  차를 타고 끝도 안보이는 방조제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2012.5.27















  • ?
    이용분 2012.06.01 10:00
    이 나이에 이르니 우린 부부만이 조용히 살고 있지요.
    그러다가 아이들을 키우는 아들집에 가보니 애를 키운다는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나도 아이를 셋을 키웠으니까 새삼 지난 일들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며늘아이가 고맙기도 하고 연민이 가곤 했어요.
    결국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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