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님! 어서 좀 오셔 주세요.’

by 이용분 posted Jun 29,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비님! 어서 좀 오셔 주세요.’                     청초

    오늘은 비가 좀 오려나...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온다고 몇 번 말은 했는데도 노상 말짱 헛소리의 반복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어쩐지 하늘이 거므스례 비구름이 낀것 같다.
    한번 믿어 봐?

    백년 만에 맞는 가믐이란다. 강수량은 평년의 31% 175mm는 되어야 평년 강수량이라
    한다. 전 국토가 사막화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도 아프리카
    처럼 물 기근으로 고생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 거리에 나서면 감자를 찌는 게 아니라
    아예 군고구마를 굽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제가끔 시원하게 차려 입느라고 짧은 셔츠를
    입고 나왔는데도 오히려 팔이 긴 상의를 걸치는 게 낫다고도 한다.
    (실제 오늘 집에서 좀 떨어진 병원에 다녀 오면서 땅의 복사열이 어찌 뜨겁던지
    '정말 죽을뻔 당하였다.')

    지나는 우리야 조금 참으면 되지만 T.V.화면을 보면 정말 심각하다.
    모를 심었는데 논물이 말라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 심어 놓은 모가 애처롭게 시들고,
    아예 심어 보지도 못한 논들도 많아 농민들이 하늘을 보고 땅이 꺼지게 한숨 짖는다.
    더구나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를 향해 떠나가 버린 시골에 남아 노인들이 비싼
    비용으로 심어 놓은 벼가 아닌가. 옛날 같으면 기우제라도 지내야 되는 게 아닌가...
    고민들을 하고 있다. 타들어 가는 농민들의 마음만큼이나 우리들의 마음도 답답하다.

    얼마 전 저장용 마늘을 둬접 사서 껍질을 까서 믹서에 갈아 냉동실에 저장을 하였다.
    농협에서 해마다 같은 지방의 농민과 계약 재배되다 시피 하는 마늘을 갖다 파는데
    그 알의 크기가 너무 형편없이 잘아서 손톱 끝만 아프지 까놓은 양이 얼마 되지를 않는다.
    마늘이 밭에서 크는 기간 비가 오지 않아서 그렇단다. 그게 벌써 지난 봄 이야긴데
    그 후로도 비다운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를 않았다.

    우리 집 뒷곁을 흐르는 개울을 내려다보면 흐르는 물길이 찌직찌직 끊어 진지 오래다.
    오히려 아파트에서 나오는 생활 오수가 물길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매일 수돗물은
    끊어지지 않고 나오니 그나마 기적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옛날 이성계가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를 하면서 한강이라는 큰물이 흐름을 머릿속에 짐작이나 했는지 모르지만
    그 시절은 우물물을 먹고 살지 않았을까.

    겨울에 언 한강 어름을 짤라서 서빙고에 저장을 해서 먹었다는 기록대로 라면 그 당시는
    지금처럼 강이 오염이 되지를 않아 그냥 물을 퍼다가 먹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 먹던 이야기대로라면 그랬을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날 전 국민의 대다수가 모여 살게 된 이런 서울이란 큰 도시의 사람들이 지장 없이
    살게 해주는 한강에게 새삼 감사하는 마음 조차 드는 작금이다.

    하도 가무니 어떤 저수지는 있는지도 몰랐던 바다의 키조개 만큼이나 큰 조개가
    저수지 바닥에 갈라진 진흙 틈에 끼어 페사하고 있다. 종이 멸할 것 같아 사람들이
    이를 거두어 물이 남아 있는 저수지 가운데로 옮겨 주느라 애를 쓰고 있다.
    심지어 몇십년 전에 수몰된 동리나 학교 모습이 드러나는 걸 보며 가뭄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절감하게 된다. 수몰된 고향의 모습을 보며 옛날을 회상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가믐 끝에 이를 보는 마음들은 씁쓰름할 따름이리라.

    나 개인적으로는 아들이 사는 지은 지 오래된 옛집이 지붕이 새어서 걱정을 하던차
    이리 비가 안오니 한가지 걱정을 덜고는 있었지만 어서 비가 와서 전 국민이 걱정하는
    가믐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예전에 우리가 초등학교 땐가는 꼭 '비가 오신다'고 표현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오신다는 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간 인간이 너무
    깨이고 오만해져서 자연을 우습게 생각하게 된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 인간이 모든 걸 극복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지만 역시 사람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게 이런 경우다.

    지구 환경의 파괴로 북극의 만년빙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귀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이
    생긴다. 이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의 만년 수림이 인간들의 과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목장을 만들어 더 많은 소를 키우려고, 목재를 만들어 더 좋은 집을 지우려.더 좋른 가구
    를 만들려, 더 많은 종이를 만들기 위해 펄프를 생산하려고 매일 매일 파괴되어 간다는
    소식을 우리는 종졸 듣는다.

    결국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한 결과가 이렇게 최악의 일기변화로 호된 응징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 우리는 종이 한장이라도 아껴쓰고 종이컵 하나라도 소홀하게
    쓰는 걸 자제해야 하겠다.

    그러나 그건 우리 같은 개인이 아무리 걱정을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긴 하다.
    이 지구의 자연의 질서가 모두 망가지기 전 부디 세계인들이 환경 분담금을
    조금씩이라도 내서 만년수림이 없어지는 걸 막 던지 또 해당 당사국들이 부디
    자각을 했으면 하는 거창한 걱정을 해 본다.

    저녁에는 장마비가 쏟아진단다.

    두손 모아                                                              
    ‘어서 비님! 좀 오셔 주세요.’
    절실한 마음으로 외쳐 보는 아침이다.

                                                           2012.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