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異窓)과 새벽 장마비 소리 청초 1) 나는 밤마다 잠자기 전에 앞 발코니 대형 유리창 창문을 열고 밤공기를 들여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무덥던 낮과 달리 조금은 서늘한 공기의 촉감이 땅을 떠나 높은 아파트에 살게 된 상실감을 덜어 주기 때문이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적에는 잠이 안 오면 아무리 한 밤중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나가 정원의 큰 나무사이를 산책하며 사색을 하던 생각이 떠 오르곤 하여서다. 앞동 아파트들은 모두 불이 꺼지고 오다가다 한두 집에 불이 켜있다.우리 집에서는 바로 옆동과 앞동사이 좀 트인 공간 사이로 밤이면 멀리 교회지붕의 빨간 십자가도 보인다. 큰 차길 건널목에 빨간색과 파랑색의 교통신호등이 밤낮없이 번갈아 반작인다. 오가던 차가 신호따라 갑자기 멈추기도 하고 출발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다녀 갈 때면 떠나 가는 애들 차 뒷꽁무니를 눈으로 쫓아가 길이 고부라져 차가 안보이게 되면은 그만 따라가던 애뜻한 마음을 접고 항상 눈길을 돌리곤 한다. 심심하던 중 뒤늦게 귀가 하는 차들이 늦은 밤이라 빈자리 없이 꽉 찬 주차장을 의례 적으로 슬금 슬금 돌아 다녀 본다. 행여 빈자리가 있을까 해서 일게다. 관심을 가지고 세어 보니 이곳 주차 공간은 약 150대 정도의 차를 세울 수 있다. 빈자리가 없으면 하는 수 없이 지하주차장을 향해 내려가곤 한다. 그 광경이 마치 반딧불 벌레가 빙빙 돌아 다니는 모습처럼 심심함을 덜어주곤 한다. 아직 아파트 창의 불들이 환하게켜진 조금 이른 저녁이다. 바로 아파트 앞 가까운 곳에 어떤 여인이 내린다. 한 남성도 함께 내리는가 했더니 느닷없이 뽀뽀를 하며 러브신을 편다. 실로 전광석화(電光石火)다. 애인 사이인것 같다. 마치 예전에 본 영화'이창(異窓)' 의 한 장면을 본것 같다. 지하주차장으로 가나 했더니 다시 큰길로 나선다. 여인은 그가 안 보일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 있다. 한참 좋은 시절이다. 그 들만의 비밀스런 장면을 몰래 본것 같아 미안함을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때는 쓰레기 수거차량이 커다랗고 둔한 몸체의 뒤를 들이대면 파란제복의 사람이 내려 커다란 쓰레기통을 통째 들어 올려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레기를 쏟아 실어가는 광경이 목격 되기도 한다. 남들이 모두 잠든 한 밤중에 수고를 하는 그들도 한가정의 가장이라 생각이 미치니 연민과 감사가 동시에 인다. 요 며칠 사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야심한 밤이다. 너무나 더워서 창 앞에 앉았다. 집안과는 달리 낮 동안의 더위는 달아나고 서늘한 기운이 돈다. 멀리서 소방차 같기도 하고 복잡한 장비를 갖춘 커다란 차량이 들어온다. 가까이 온걸 보니 이번에는 음식찌꺼기 수거차량인 것 같다. 이곳 음식쓰레기가 담긴 네모난 통을 끌고 오더니 추럭에 매다는 모양인지 연거퍼 2개를 쏟아 놓더니 그인부는 그냥 그 차량 뒤 발판에 아슬아슬 매달려 올라 타고 간다. 이 여름날 그 음식 상한 내음이 얼마나 괴로울까...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게 남 모르게 뒤에서 묵묵하게 수고하는 이가 있기에 우리는 쾌적한 환경 속에 살수가 있었구나...우리는 여러 사람들이 수고와 희생 속에 평안한 일상을 산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모든이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낮에 마신 짙은 한 잔의 커피 탓인지 잠이 안 온다. 새벽 3시가 넘도록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잠을 자야 할 텐데 따끈한 녹차를 한잔 타들고 창 앞에 앉았다. 교교한 한밤중이라 멀리 큰 길에 오가는 차들도 드물다. 그때 저만치서 어떤 사람이 뒤뚱거리며 걸어 오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뒤에 작은 손수레를 끌고 오더니 세워 놓고 무언가 뭉치를 들고 옆동으로 들어 간다. 십 여분이 지났을까. 다시 수례를 끌고 우리 동 안으로 들어간다. 자세히 보니 신문을 돌리는 모양이다. 그때시각이 3시가 좀 지난 때인데 막 뛰는 젊은이가 아닌 족히 오십은 넘겼음직한 여인이다. 이제 새벽에 신문을 배달하는 이런 일도 3D업종인 모양이다. 부지런한 여름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우리 집 현관 앞에도 그 여인이 신문을 놓고 갔겠지... 흥미를 가지고 그냥 보기 시작한 앞창 아래가 그야 말로 인생의 파노라마장이다. 잠자리에 들어 가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2) 그 간은 애교 있게 오락가락하며 농부들의 애간장을 녹일듯이 내리던 이번 비다. T.V. 뉴스에서 오늘 밤중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한다 하더니 정말 본격적인 장 마비가 오려는 모양이다. 오늘은 아파트 우수관에서 떨어지는 힘찬 빗소리에 잠이 깨어 몽유병 걸린 사람처럼 앞 발코니 큰창문을 열어 젖치고 눈을 감고 앉았다. 약간 으슴프레한 새벽이다. 시간은 아침 5시경. 눈을 감고 밖에 빗줄기가 쏟아지는 소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방충망 창에 부딪쳐 떨어지며 튕기쳐 뿌리는 미세한 빗방울이 발에 차겁게 와 닿는다. 귀 기울여 들어 보니 비소리도 그냥 주룩주룩 떨어지는 게 아니다. 어떤 때는 쇠난간을 때리는 소리도 나고 마치 개울물이 드세게 흘러가는 소리도 난다. 마치 경음악의 밴드들이 제 가끔 금속악기도 치고 젓 가락 같은 것으로 가볍게 치듯 각양각색 소리가 뒤엉켜 구성지고 묘한 빗소리 교향곡을 연출 한다. 눈을 감고 비소리에 취해서 한참 그러고 있다가 실눈을 떴다. 어느 새 날은 밝아오고 희미한 여명 속에 앞 발코니 화분을 올려 놓도록 만들어 매달은 쇠 난간을 타고 유리구술이 줄을 타듯이 빗방울들이 연방 미끄러지며 주루룩 주루룩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내가 이 쇠 난간에 달린 빗방울에 유난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번 여름 정말 가문 중에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빗방울이 매달린 광경이 하도 신기하여 본 다음 부터다. 다시 눈을 감고 빗소리에 심취 되어서 전에 살던 마당이 있던 집 낙수물소리를 그리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때 그 낙수물 소리를 비교를 하며 이곳 소리도 제법 들어 줄만 하구나... 하며 즐기고 있던 중 갑자기 발등이 따끔 한다. 눈을 번쩍 뜨고 내려다 보니 으슴프레한 어둠 속에 무언가 시커멓고 큰 개미만한 벌레가 무는 게 아닌가. 그 바람에 나의 빗소리 감상은 끝이 났다. 이곳에 화분이 많으니 이상할 건 없다. 벌래가 제법 크던 데 무슨 벌레일까. 어디로 도망갔나... 비는 여전히 끊임없이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이제 날이 밝으면 제철을 만난 여름 매미들이 신명나게 울어 재낄것이다. 2012.7.19 |

2012.07.19 20:38
이창(異窓)과 새벽 장마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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