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같은 사람에게 / 이효녕 -
산을 떠난 바람 따라가면
신록에 가슴 내민 나뭇잎 보이고
느닷없이 비를 맞은 사람과
생생한 시간을 감추는 사람
능선에 안개와 어울려 떠나네
심장이 된 손을 잡고 잠들려는 사람과
비가 너무 많이 내릴 것을 걱정하는 사람
나는 그들을 따라가
아주 부드러운 안개 깔고 사랑하고 싶었네
안개가 길을 잃고
어딘가에 자신이 떠날 길 만들고
산을 헤매다가 바람 따라가면
비밀의 베일이 깔린 길을 일러주네
마주보는데 익숙한 사랑을
안개 속으로 숨어서 하는 사람과
느낌으로 기쁨을 주는 사람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 꿈을 붙들려는 사람
따뜻한 마음 풀어 내어
그렇게 잠들려고 산능선 휘돌아
빗길을 걸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