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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 그때도 그랬지 / 오정자"- 아지랑이가 장딴지를 거웃처럼 감아 올랐을 때 사윈 햇살들이 풀무치들을 밟고 있었을 때 사뭇 그런 예감이 있었다 무구한 시간들이 주춤대는 것을 보았을 때 에푸수수한 머리칼로 나대고 싶었을 때 나침반을 버리고 길 잃으려 했을 때 희망조차 결별을 속삭였을 때 잠든 너의 아름다움을 묻지 않았다 베돌던 바람의 뒤통수를 보았을 때 개펄의 해산물 같은 약속을 남겼을 때 시린 잎사귀들을 보았을 때 떠나는 것들아 낯붉히지 말라 했었다 멈추지 말고 총총 흩어지라고 소멸의 강줄기로 사라지라고 벗겨진 어둠을 맛보리라고 상사(想思)에 죽어갈 나무가 될지라도 권태로운 빛의 알갱이들 한 계단씩 이동하고 나면 시골 정류장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그렇게 어둠 속에 어둠 속에 보석들의 광채를 길이 담아 둔 밤과 같은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