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이 더운 날들의 연속이다. 이렇게 여름 막바지에 우리 큰 아들은 태어났다. 해마다 광복절날은 그 아이의 생일날이다. 병원에서 아기를 안고 퇴원하는 길, 늦 여름날 과일가게에 겉껍질이 파란‘이와이’사과가 새롭게 눈에 띄어 평생 인상에 남았다. 지난 해에는 남편의 갑작스런 발병으로 경황없이 이 날을 보냈다. 이번 여름에는 재미있는 곳으로 온가족 피서를 가기로 뜻을 모아 정한 곳이 대부도 어느 팬션이다. 몇 년전 우리 7회 남녀동창들이 모임을 가졌던 곳인가 했더니 그 보다 남쪽에 있는 전혀 다른 곳이다. 작은 아들은 전주에 산다. 그 애가 오기 편한 곳을 찾다보니 비교적 오기 쉬운 서해안 쪽인 그곳으로 정했다. 큰아들이 제 생일이니 재작년 처럼 어떤 애제자로부터 맛좋은 한우 고기를 도맡아 사오기로 했다. 나머지 반찬 류는 딸과 작은 아들네가 맡기로 했다. 떠나는 날 큰 아들이 화곡동에서 우리 내외를 태우러 분당으로 왔다. 바로가면 아주 가까운 거릴 텐데 우리 때문에 U턴식 행보를 하게 된다. 우리가 탄 차는 끝도 모를 아파트 숲을 겨우 벗어나 별로 넓지 않은 왕복 4차선 도로를 따라 간다. 낯선 길이 생각보다 잘 뚫린다. 원래 바램대로 청평쪽으로 갔으면 오가는 주변 경치가 강도 끼고 숲도 있어 좋았으련만 서해안으로 가는 길 옆은 모두 간척지인지 바닷물도 말라 버렸다. 잡초도 별로 나지 않은 밋밋하고 지루한 풍경이다. 한참을 달려 00펜션이라는 방향 표지판을 따라 고불고불 좁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찾아 들어 갔다. 얼마 전 “덜컹대는 소달구지 길”이라는 방송인 임성훈의 노래가 문득 생각 난다. 그간 우리가 너무 편한 생활을 해 왔는지 이렇게 자갈이 깔려 덜컹거리는 길은 낭만스럼 보다는 어째 이런 길이 있나 싶어 조금 괴롭고도 아주 생경하기 조차 하다. 차는 드디어 우리가 가려던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40대 초반의 좀 마른편인 이 펜션사장 보다 두 마리의 잡종 개가 꼬리를 흔들며 먼저 우리를 반긴다. 한 시간 반을 차안에서 꼼짝 못하고 달려온 길. 우리가 거할 방은 이층이라는데 올라갈 염이 안 난다. 세 가족 중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을 했다. 바베큐를 해 먹는 야외 식당이라는데 우선 그 걸상에 앉아서 주변 풍경을 살펴본다. 서쪽을 향해 앉은 이 펜션은 탁 트인 시야와 더불어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잠시 피로를 잊게 한다. 들어오는 입구에 풍력발전기를 설치 해 때마침 부는 세찬 바람에 팔랑개비 돌듯 돌아가 좋은 풍경을 자아낸다. 이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데 약 천만 원가량의 돈이 들었다는데 약 3KW 정도의 전기가 생산된단다. 에어컨 3대를 쓸 정도의 전기를 생산 해 별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두 마리의 개 말고 두 마리의 고양이가 더 있는데 모녀간이란다. 생김이 전혀 서로 다른 모습이다. 우리의 손자들이 좋아 하겠구나... 좀 있자 딸네 가족이 먼저 도착한다. 오기 전 미리 산 생일 케잌을 손에 들고 왔다. 아무래도 이곳 위치상 제과점이 없을 것 같기에 사 오도록 했는데 잘한 일이다. 사실 미리 사두었다가 가지고 오면 더운 기운에 생크림이 녹아 뒤범벅이 된적이 있어 조금은 고심을 한 부분이다. 그래도 생일행사에 케잌이 빠지면‘김 빠진 사이다’가 되기 때문에 언제 부턴가 너나없이 실속없이 조금은 비싼 이 케잌 세레모니를 의례적으로 해 온다. 이층에 올라 보니 시원한 서해안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 전망이 좋은 방이다. 에어콘이 알맞게 켜 있어 밖의 더위와는 상관이 없다. 잠자는 방이 따로 있기에 드려다 보니 새하얀 쉬트를 침대에 씌운 정갈한 방이다. 조금 있자 작은 아들네가 도착하는 광경이 아래층에 보인다. 잠시 후 우선 손자 건우의 쿵쾅거리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어 나타났다. 뒤이어 애교쟁이 손녀 혜원이가 들어온다. 아이들은 활기와 생동감을 끌고 온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또다시 한방에 모였다. 제가끔 준비해온 물건들을 정리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좀 있자 금새 저녁시간, 바베큐를 하려면 모든 식재료를 들고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 가야된다. (다음에 계속) 2012.8.12 |

2012.08.18 22:18
석양이 아름다운 대부도에 가족여행(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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