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풀밭 / 최진연" -
서고 쓰러지고 안겨서
풀이 풀끼리 어우러져 사는 풀밭,
풀잎마다 이슬방울 만들어 달고
거대한 구슬작품 하나로 반짝이는 아침
그 아름다움을 홀로 받는 나의 영광
값도 수고도 없이 즐기는 이 누구나
풀밭만한 가슴 가득 반짝이는 기쁨.
어릴 때 뛰놀던 내 풀밭 친구들
토끼풀 패랭이꽃 이밥초 제비꽃 따위
그 때 이름들밖에 더 아는 게 없지만
이름 모를 풀꽃들은 이름을 모를지라도
다른 색깔 다른 크기 서로 다른 몸 비비며
저마다 제 모양으로 꽃피우며 사는데
사람들이 만든 꽃밭 꽃들과는 달리
색깔 크기 모양 향기도 뽐내지 않고
눈여겨보아 주는 이 없을지라도
대지의 생명력으로 한데 어우러져 사는데
이슬방울방울 밤 무지개 부서져 내리고,
이슬 받아먹어 이슬처럼 순결한 살결
가슴에 그 영롱한 빛 받아 담는 이들
은밀히 저들을 가꾸는 사랑을 노래하고
꿸 수 없는 진주를 모으는 재벌의 아침
풀밭이 그의 하루를 열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