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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2 02:00

9월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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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이 오는 소리...                               청초              

    여름이 가면 당연히 가을이 온다는 것은 만고의 누구나 다 아는 진리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위가 어서 물러가기만을 그렇게도 바랬었건만...

    9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가로수에 나무 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이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문득 가수 패티 김의 간드러진 노랫소리가 귓가에 맴 돈다.

    주춤주춤 다가와서 8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이 지나 버린 달력을 아쉽지만 넘겨 버렸다.
    9월의 첫날에 들어 섰다. 바깥 날씨까지도 소슬바람 불어오니 극성 맞던 매미소리는
    홀연히 사라지고 가을의 전령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한층 힘이 실렸다. 우리의 마음속에
    우수수 9월이 오는 소리...벌써 가을의 문턱에 접어 든듯 금세 마음까지 을씨년스럽다.

    더운 여름날에는 몸에 붙지를 않아 그리도 시원하고 좋던 요 위에 깐 삼베 쉬트 천이
    이제는 까슬까슬 몸에 닿는 감촉 까지도 차갑다.
    옛날에는 모든 옷은 거의 풀을 먹여서 입었었는데 더운 날에는 아무리 찐하게 되직한
    풀을 먹여서 널어 말려도 후줄근하게 풀이 잘 않서던 옷들이 찬 바람이 나면 개가 핥고
    지나 가기만 해도 풀이 선다고  어른들이 말씀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세탁해서 널은 옷들이 선들선들 부는 가을 바람에 마르기도 잘 하여 빨래 말리기가
    수월 해 졌다. 요새는 풀을 먹이는 천도 별로 없으니 다 지난 시절 이야기일 뿐이다.

    지난여름 어떤 날 전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곱게 나이가 드신 할머니 한 분이 발이
    고운 모시 윗저고리를 풀이 빳빳하게 먹여서 연한 속살이 아슴프레 드러나게 다려 입고
    계셔서 궁금한 나는
    "무슨 풀을 먹여서 그렇게 상큼하게 해서 입으셨어요?"하고 물었더니
    " 내사 성질이 드러바서 요새 그 나이론류의 옷은 못 입어요. 그래서 밥을 풀주머니에
    넣고 바락바락 주물러서 된풀을 멕였지요" ^^
    한다. 토박이 경상도 분이신 것 같다.

    그 시절에는 흔히 입던 모시 삼베 바지 적삼 앞섶이나 바지가랭이가 날씨가 추워지면
    도루루 바짝 말려 올라붙고 살에 슬켜서 제절로 계절의 오고 감을 알게  되었었다.
    요즘도 마(麻)라 하여 이 섬유가 섞인 옷감은 한 여름에 시원해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날씨가 서늘해지니 추운 엄동설한이 지레 짐작 생각나서 으수수 겁이 난다.
    사람이 이 세상 만물 중에 최귀(最貴)하지만 싫던 좋던 기상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다는 어느 한의학 건강 강의시간에서 들을 때만 해도 젊어서 심드렁하니
    "무슨 영향을 받겠노? "
    하고 반신반의하던 내 마음이 지난여름의 무더위에 두 손을 번쩍 들고는
    "맞다, 맞다카이..."

    이제까지 사는동안 동해안이나 그 외 다른 지역에서 매해 수해를 당하는 일이나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많은 자연의 재해들을이 일어나는 걸 비록 T.V에서지만
    목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8호 태풍 모라꼿 (MORAKOT)이 대만의 어떤 관광지 계곡을 몽땅 휩쓰는 놀라운
    사건과 테풍 매미를 비롯 지난 50년대 태풍 "사라호"때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서  다 베어
    논두렁에 말리려고 널어 놓았던 볏단이 바다로 떠 내려가는 통에 어부들이 고기 대신
    벼를 건지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곡식을 거두어 입안에 넣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옛말들도 실감이 난다.

    그래서 자연의 위력 앞에 한없이 미약하기만한 인간의 능력에 회의를 가지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일들은 잊기 쉬운 법, 이번 여름 더위 만치 우리를 무기력하게 한 일은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자연에게 "두 손 아니 꼬리까지 팍 들었다" 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일대의 계기가 되었다.

    올 해에는 세계적으로 악성 유행 감기인 신종 인흘루까지 유행을 하니 각별히 더욱
    건강에 조심을 하여야만 되겠다. 되도록이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가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

    얼마 전 가보려고 벼르다가 너무 더워서 미루어 온 루노아르 미술전은 언제 쯤 갈까?
    고민 중이다.
    전에 프랑스 여행을 갔을 때 파리 루불박물관에서 우리의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실려 있던 그 유명한 그림이 수 많은 미술품들과 뒤섞여 구석진 곳에 옹색하게 전시되어
    있어 반갑기도 하고 한편 놀라기도 했었다. 바쁜 스케쥴에 스치듯 잠깐 감상한 적이 있긴
    했었는데... 그러다가 혹시 못가는 게 아닐까?

    앞으로는 이 자연 변화에 잘 순응하여 건강한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여야 하겠다.  

                                                          09.9. 1  


(꽃도 피었지만 씨가 앉은 채송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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