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쌀쌀해진 날씨. 쭉 뻗어 멀리 보이는 개천 옆 둑길. 우리는 흐르는 개울물을 보며 이 길을 걷기를 좋아 한다. 어떤 때는 운이 좋으면 야생 기러기 어미가 새끼들을 거느리고 거슬러 올라오는 광경을 보게도 된다. 오늘도 언제나 처럼 그 길을 따라 성당으로 가는 참이다. 저 멀리서 여자 아기랑 아빠라기에는 좀 너무 애띠게 보이는 젊은이가 서로 장난을 치며 점점 다가온다. 보아하니 여자아기가 아주 애교 덩어리다. 머리는 좀 긴 단발머리 인데 끝이 약간 곱슬이 져 서양인형 처럼 더 귀엽게 보인다. 힘에 부쳐 간이 의자에 기대어 쉬는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가기에 귀여운 마음에 가득 미소 지우며 쳐다보니 꾸벅 허리를 잔뜩 꾸부리고 만면에 웃음을 띄우면서 “안녕하쩨요.” 하며 혀 짧은 인사를 한다. 너무나 귀여운 나머지 내가 “그래 안녕하시다~~.^^ 너는 몇 살이니?” 아기는 귀엽게 몸을 꼬면서 “네살이에요.” 한다. “아이구, 예쁘네. 어쩌면 그리 예쁘니?”여전히 미소를 지우며 더 이상 할 말이 필요 없다. 그러자 그 아빠는 “어서 인사를 해야지...” “안녕히 가세요.”하면서 아빠 손에 이끌려 저만치 갔다. 그 길에 그곳에서 다시 어떤 좀 나이 든 중년 남자 어른을 만난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그 어른 역시 “아이구 예뻐라. 넌 몇 살이니...?” 참으로 귀여운 아이다. 그 애 자신이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주면서 또 제 귀염을 되돌려 받는다. 갑자기 추석 때 만난 나의 두 손자 남매가 생각 키운다. 나의 딸아이가 중학교 다닐 때 일이다. 어쩌다 학교로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보면 지리담당이었던 담임선생님이 말씀하기를 “교단에 서서 60명이 넘는 반 아이를 쳐다보면 유일하게 나의 딸아이만 항상 웃음을 띄우고 있다며 도대체 어떻게 키우셨냐”고 말을 했다. 그는 나도 모를 일이다. 우리 아이들 말로는 저들의 유년시절은 아주 행복했노라 말들을 한다. 그 선생은 우리 딸아이를 끝까지 무척 귀여워하였다. 엊그제 수요일에 큰 아들아이가 찾아 와서 우리 부부와 함께 삼계탕 점심을 사 주어서 먹고 나를 버티 고개에 데려다 주었다. 타고 가는 동안은 아들과 나만의 차중 데이트다. 은연중 이 시간들이 나에게 빠질 수 없는 즐거운 일이 되었다. 요즘 살면서 생긴 세상 일, 맏 벌이인 제 부부간 애로사항이나 에피소드. 제가 겪는 온갖 세상사. 나도 그간 지낸 우리 부부간 이야기 그 중에 그 애가 클 때 이야기도 있다. "어머니는 시장을 갈 때면 종종 나를 데리고 가면서 너는 우리 집 장남이니 너만 알어라 하면 온갖 집안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그래, 온갖 집안 돌아가는 이야기를 어린 너와 의논을 했었지..." 시장에서는 꽈배기도 사주고 아이스크림도 사주어 먹으면서 마냥 즐거웠단다. 나도 그때 정경을 생각하니 미소와 함께 나의 '젊었던 엄마' 시절이 회상된다. 학교에 갈 때면 현관에서 "용돈은 있니? 수중에 돈이 없으면 힘이 없단다. 배고프면 무엇이던 더 사먹어라" 하면서 노상 용돈 외 돈을 더 얹어 주셨다 한다. 그게 아주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며 나는 이미 잊어버린 추억담을 이야기한다. 실제 그 애는 요즘 나에게 용돈을 주면 내가 사양 할 경우 "어머니는 제가 클때 더 많은 용돈을 저에게 주셨어요. 그에 비하면 이건 아주 작은 돈이라" 며 억지로라도 손에 들려주곤 한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이라 목욕탕에 쭈그리고 앉아 한창 개구쟁이인 세 아이의 많은 옷 빨래와 큰 홑이불 빨래를 하노라면 너무나 힘이 든다. "아. 소중한 나의 인생은 이러면서 가 버리는구나" 하며 자탄을 했던 적도 있었다. 아이들 기저귀를 채우며 잔손질이 많이 가는 아주 어렸을 적 말고는 가사 도우미를 둘 수는 없었다. 한국 국가발전에는 큰 기여를 했던 박정희 정부시절 은행원들에게는 월급을 적게 주어 가정경제가 어려웠다. 그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세탁기가 보급되어 이 힘든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지난 날 우리 가족들과의 온갖 추억담으로 우리는 차중에서 한참을 서로 즐거운 시간에 잠긴다. 그 시절 이야기다. 어느 날 앞집에 사는 나와 동갑네기 동네 친구가 놀러 와 있었다. 때 마침 큰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참이다. "찬진아. 참 착하지" 하면서 그 애에게 무언가를 시켰는데 이를 본 친구가 "아니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에게 무슨 착하다는 이야기를 하느냐" 며 ㅎㅎㅎ 막 웃는 게 아닌가. "그럼 착한 아이에게 착하다는 게 무엇이 우숩냐" 며 의아 해 했던 생각이 난다. 특히 큰 아이는 초등학교 몇 학년 시절이었던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바로 방 빗자루를 들고 집안 청소를 깨끗하게 해 주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체력이 시원찮은 나는 아침 이른 새벽에 세 아이의 도시락을 서너 개 싸고 남편 출근을 시키고 나면 너무 힘들어 안방에 누워 쉬어야만 했다. 부엌을 깨끗하게 치우면 집안을 못 치우고 집안을 치우면 부엌을 정리 못하고... 빨래도 해야 되고 할일이 산더미다. 그러면 큰 아들아이는 아무소리도 않고 이렇게 나를 도와주곤 하였다. 얼마 전 T.V에서 우리가 먹는 보통 밥을 병에 담아 놓고 한 그룹에는 매일 매일 '사랑한다.''어쩌면 너는 그렇게 색이 예쁘니' 하고 긍정적이고 좋은 얘기만 말하고 또 다른 그룹의 밥에는 '너는 어쩌면 그리 형편없니, 고약하게 생겼다.'하며 아주 부정적인 말을 했다. 얼마 후 두 구릅의 쌀밥의 그 변화를 비교 해 보았다. 그 결과는 긍정적인 말의 그룹은 노랗고 누룩 같은 냄새로 변화가 생겼다. 부정적인 그룹은 시커멓게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게 변한게 아닌가. 콩나물은 키우는 실험도 했다. 한 그릅은 콩나물 콩을 용기에 담고 매일 물을 주면서 "너는 어쩌면 그렇게 예쁘니 사랑 한다" 고 말하고 또 다른 그룹은 "너는 왜 그렇게 못 생겼니. 밉다"하며 부정적인 말을 하며 키웠다. 며칠 후 그 결과를 보니 너무나 놀랍다. 사랑의 말을 들은 쪽은 아주 쭉 뻗은 예쁜 콩나물로 부정적인 말만 들은 콩나물은 키도 짧은 뿌리에 잔뿌리가 소복하게 난 아주 못 먹을 콩나물이 된 게 아닌가. 이 모두 T.V.화면을 통해 보여 주니 안 믿을 수가 없다. 요즘은 목장에서 키우는 소들에게도 음악을 들려주고 농장에서 키우는 농작물에게도 사랑을 쏟으면 소들의 고기 등급이 올라가고 채소도 영양가 있게 잘 자란다고 한다. 키울 때 부모가 아이들에게 던지는 무심한 말 한마디가 크는 아이들의 인성을 좌우하고 평생 그 성격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새삼 아이들을 다 커버린 지금에 이르러서도 가슴이 서늘해 짐을 느낀다. 이렇게 아이들을 다 키워 놓고 보니 나의 인생 성적표가 나오는 것 같다. 수필교실 교수님 말씀에 이렇게 집에서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제일 행복하고 어느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라고 격려를 준다. 모든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면 좋겠다. 그러면 부모 자식 간의 갈등, 이웃 간의 무관심도 넓게는 이웃 나라사이에 분쟁도 없어 질 것이다. 배우자 쌍방 간에 던지는 무심한 한마디 말에도 너무나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다른 한편 서로 마주 보고 매일 웃는 얼굴로 '사랑 한다'고 말을 한다면 우리의 말년의 삶을 얼마나 이름답게도 하고 행복하게 할 것인지를 생각 해 보는 아침이다. 12.10.12 ![]() ![]() |

2012.10.12 15:32
행복을 전하는 웃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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