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30 추천 수 7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단종의 능 장능의 소나무)

    영월 가을여행 스켓치                               청초

    영월이라는 데가 화력 발전소가 있는 곳이던가.
    그러면 북한강 강변길을 따라 갈 터이니 경치가 좋겠구나...
    나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버스는 봉긋봉긋 솟은 예쁜 산봉우리 사이로 뚫린 길을 따라 요리저리 달려기 시작한다.
    새삼스레 우리나라 산세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우리 7회의 정기 가을나들이 길이다. 모인 인원은 남녀 합쳐 모두 18인.

    거금의 버스 대절비가 들어가는 큰 비용에 비해 너무나 적은 인원이 참석했다.

    노변에 피어있는 노란 들국화가 손에 가깝게 잡힐 듯 가을의 정취를 자아낸다.
    산야는 누런빛으로 변해가지만 아주 빨간 단풍이 든 곳이 별로 없다.
    빨간 단풍나무 종류가 드물어서 일까... 아직 가을이 덜 깊어서일까...  

    평일이라 그런지 버스는 막힘이 없이 잘도 달린다.  
    들녘은 추수를 끝낸 논도 있고  
    아직 누런 벼가 그냥 서 있는 논도 있다.  

    고추밭에 바짝 마른 선홍색 빨간 태양초 고추가 달린 채로 밭에 그냥 서있네.
    병든 고추인가. 아니면 추수를 할 일손이 없어서 일까.  
    그냥 썩혀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옥수수나무는 이미 서리를 맞았는지 누렇다 못해 시커멓게 말라서
    바람결에 마른 이파리를 우수수 날리며  
    마치 패잔병의 죽은 깃발처럼 버티고 서 있다.

    수수밭도 심심치 않게 있다.
    수수의 열매 송이들만 잘라서 밭두렁에 말리고 있다.
    들쥐가 안다면 얼시구 모두 갉아 먹어 버릴텐데...  

    콩도 꽤 넓직하게 심어 놓았다.
    우린 국산이라고 칭하는 십중팔구 중국산 콩을 사먹고 있겠지.
    보통 쉽게 사먹는 콩도 이렇게 우리가 농사를 지은 것이었으면 좋겠구면.

    근데 왜 서리를 맞아 이파리가 누렇게 시든 콩 나무를 그냥 세워 두었을까...

    드디어 한국지형을 닮았다는 경관을 보러가는 산행 길  
    우리 일행 몇몇과  
    무릎이 아픈 나는 언덕이 꽤 높아보이는 산이라 올라가 보지 못했다.

    버스가 지나 오는 길가에 찐 옥수수장사를 보았기에
    그 곳으로 나는 옥수수 수염을 사러갔다.
    옥수수 수염은 내가 발이 조금 부었을 때 삶아 물을 먹으면 붓기가 잘 빠지곤 하길래...    

    집에 아주 오래 묵은 것이 있긴 하지만  
    햇것을 사기 위해 어느 하루 모란시장에 갔었다.
    별게 아닌 그것을 만원 단위 이하는 사기가 어려웠다.  

    허나 이곳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곳에서도 결국 만원어치를 샀디.
    옥수수 값도 서울이나 진배없이 비싸다.  

    유원지라 그런지 언제 볼 사람이랴...
    모든 걸 배짱것 비싸게 받는 것 같다.  

    옥수수 수염을 사니 덤으로 장사꾼 아주머니가 주는
    옥수수하나를 받아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 격의 없이 나누는 이야기도 재미롭다.  

    까만 비닐봉지에 팔려고 담아 놓은 껍질이 빨간 고구마가 눈길을 끈다.
    다 영근 콩을 밭에 왜 그냥 세워 두냐고 물었더니  
    콩잎이 다 말라 떨어진 다음에 타작을 해야 쉽다고 한다.  

    우리의 임동호 동기 회장님이 예약해 놓은 한우고기 음식점에서  
    안심 숯불구이가 우리의 허기진 배를 부르게 하니  
    마음속으로 부터 그 수고로움에 감사드리고...

    어린 단종의 슬픈 역사가 서려있어 먼 길 마다 않고 찾아 온 장능.
    사육신의 꼿꼿한 충정심이 서려있는 곳.
    그날의 슬픈 한을 생각하며

    낙낙장송 소나무가
    오늘도 수문장처럼 능을 호위하고 있어
    지나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칠십도 일곱 해로 더 먹은 이 나이에 열다섯 중학생 어린 시절부터
    고이 쌓여 오가는 수 많은 이야기들을 싣고  
    황금 들녘을 달리는 차속에 우리의 진한 우정은 더욱 깊어가고...
      
    어느 덧 가을날도 차차 저물어 간다.

    2012.10.21









(단종 역사관)



(달리는 버스속에서 찍은 풍경이라 화질이 시원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