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수필 문우회 전주문학기행 청초 벼루던 가을선농문학 여행지가 전주라 교수님이 말씀하신다. 순간 '저런, 전주라면 너무 멀고 더구나 작은 아들이 살고 있어 몇 번 가 본 고장인데...' 요즈음은 건강에 자신이 없어 멀리 차를 타고 가면서 몸이 견딜 수 있을까. 염려하던 중 며칠전 쯤에 먼저 7회동기회에서 영월에 가을 여행을 다녀왔는데도 불고하고 그냥 몸이 지탱을 하여 조금은 자신이 생겼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6시 반쯤 집을 나섰다. 요즘 나의 건강에 걱정이 많은 남편이 별로 무겁지도 않은 내 냎섹을 어깨에 메고 앞장을 서서 나선다. 최근 일년여를 아픈 그를 보살피느라 애를 먹이던 그가 이제는 조금은 심약해진 나를 보살피겠단다. 분당선을 내려 복정역에서 8호선을 갈아타고 잠실역에 내렸다. 걸린 시간이 너무 짧아 7시 15분쯤 되어 잠실역에 내리니 남은 시간이 너무 많다. 한 무리의 여인들이 구내 둥근 걸상에 둘러 앉아 전깃줄에 앉은 참새 떼들 모양 온곳이 떠나갈 듯 떠들어 대고 있다. 저들도 필시 가을 여행을 가는 구룹인 가보다. 우선 급한김에 나도 빈 한귀퉁이에 컬터 앉았다. 남편에게 너무 일찍 와서 한참을 기다리게 되었노라 전화를 거는 사이 그 참새 그룹은 어딘가로 가버리고 없다. 나도 슬슬 잠실역 3번 출구를 찾아 걷기 시작을 하였다. 최근 들어 왼쪽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파서 이렇게 많이 걸으면 안 되는데... 족히 전철 한 구간은 될법하게 너무나 멀다. 지하도 바닥이 미끄러우니 요철이 진 장애인 보도 선을 밟고 걸어 보니 그게 오히려 쉽다. 출근 하는 젊은이들이 바람 처럼 휙휙 지나간다. 젊은 여성들의‘똑똑똑’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지하 좁은 길 벽에 울려 퍼져 귀에 거슬린다.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3번 출구를 찾아나가 너구리상 앞에 도착했다. 부지런한 몇몇 회원들이 벌써 와 기다리고 있다. 날씨는 적당히 서늘하고 하늘도 맑다. 많은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버스를 기다린다. 우리 일행은 교수님을 비롯 열한사람이다.걱정을 하던 내가 오고 뜻밖에 몇사람이 불참이다. 좀 있자 빈 버스가 도착 잠실문화교실팀은 앞자리에, 우리는 뒷 자석 차지하고 앉게 되었다. 뒤쪽에 앉으니 여행 진행 사항에 변두리에 앉은 기분인데, 갑자기 잠실팀 10회 어떤 여후배가 무엇인가 담긴 수필춘추 봉투를 불숙 내게 쥐어준다. 무얼까? 순간 당황스럽다. 그 후배는 나를 비롯 매번 수필춘추 등단식에는 모든 등단하는 우리 동문들에게 꽃다발을 준비해 주곤 하는 귀한 후배다. 이어 김밥이 나누어지고 연이어 귤이 담긴 봉지가 주어진다. '고맙게도 누군가가 이를 만드느라 수고를 하셨겠지.'김밥을 먹으려니 물이 없다. 물 준비가 미처 안 되었구나...앞쪽에 물이 있다는데 창 쪽에 앉은 나는 달리는 찻속에서 물을 길러 가기에는 산 넘어 바다건너다. 귤이 담긴 비닐 속에 있는 요구르트로 목을 축이며 겨우 밥을 넘긴다. 차는 막힘없이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주중이니 길 막힘은 없다. 가을의 누런 벌판은 이곳도 벼를 벤논과 아직도 논에 벼가 그냥 선채 있는 논들이 번갈아 스치며 지나간다. 지난밤 잠을 설친 회원들은 한둘씩 눈을 감고 졸기 시작한다. 여행을 나서면 두 눈을 크게 뜨고 밖의 풍경을 잘 감상하여야 되는데 하는 내 마음과 몸은 다르다. 나 역시 지난밤 두어 시간 밖에 못 잔 처지라 눈을 감고 어서 여행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드디어 전북을 알리는 팻말이 보이고 전주시내로 들어 섰다. 우선 전주 한옥마을을 구경하기로 된 수순인 모양이다. 우리 일행은 편하게 삼삼오오 양반마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마치 놀부전에 나오기를 찢어지게 가난하던 흥부가 뿔어진 제비 다리 고쳐주고 갑자기 벼락 부자가 되어 생긴 만화 속 기와집처럼 네귀가 번쩍 들린 한옥이 줄비하다. 요즘 들어 보기 드문 진기한 풍경이다. 그야말로 양반네 마을이다. 예전 같으면 대문 앞에 서서'이리 오너라’하고 주인장을 불렀어야 겨우 열어줄까 말까한 양반집들이 문들을 활짝 열어 놓고 우리 모두를 반긴다. 초가을 단풍이 곱게 든 정원에 네귀가 날아갈듯 솟은 기와 지붕이 서로 잇대어 자아내는 이 우아한 정경, 처마 밑에 놓여진 옛 풍구가 눈길을 끈다, 담 밑에 죽 놓여진 단지들... 나는 열심히 카메라 샷타를 눌러대는 어떤 서양인 여자관광객에게 놓인 단지를 좀 보라고 했다. 어디서 왔냐 물었더니 카나다에 왔단다. 모쪼록 좋은 인상을 받고 가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어느 종합작품 전시회장에 들러 보기도 하였다.가게에 전시된 부채에 그러진 멋들어진 동양화. 유기 장식품들,모두 전주다움을 보여 주려 애를 쓰는 분위기다. 어느 선물가게에서 나는 나무 얼레빗을 몇개 샀다. 그 수필춘추지에 쌓인 어떤 후배님의 선물이 고급외제 '콤팩트' 분첩이 아니던가. 마음이 좀 무거워진 나는 언제 또 마나질지 모르는 그 후배에게 '무엇인가 나도 얼른 선물 해야지...' 하는 급한 생각에 나무로 만든 참한 빗을 몇개 사서 마침 그 자리에 함께 한 다른 회원들에게도 각각 들려 주었다. 요즘은 거의 프라스틱 빗으로 머리를 빗는다. 나무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기념품 삼아 하나씩 사서 선물을 한 것이다. "매일 이 빗으로 머리를 빗어 건강 해 지고 매일 나를 생각해야 돼" 농담섞인 진담을 섞어 말하며 우리는 정답게 웃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모아 놓고 서투른 영어로 설명하기에 바쁜 안내원, 옷차림을 유심히 보니 중국인 관광객들인 것 같다. 광활한 땅에 거대한 문화를 지닌 저들이 우리의 이 자그마하고 아기자기한 한옥과 정원을 보면서 어떤 감회에 젖을까. 정해진 방향도 없이 걷다보니 우리가 점심을 먹기로 한 음식점이 근처란다. 생각지도 못한 사이 불시에 음식점으로 들어가게 됐다. 우리는 차려 놓은 밥상 앞에 앉아 이런 저런 정담을 나누며 회원 모두가 오기를 기다린다.드디어 모두 도착 다함께 10회 후배 회원님이 특별히 사서 대접하는 막걸리로 건배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거듭 두 번째 잔이 오갈 무렵 전주의 나의 작은 며느리가 마루 끝에 서서 반색을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들었던 술잔을 내려놓고 허겁지겁 나가서 반긴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먼 곳을 찾아가서 그냥 모르는 듯 스쳐 지나가기도 그렇고 하여 전북대학교에 교수로 재직하는 작은 아들 얼굴이나 보려 전화를 했더니 아들은 강의시간 꽉 차서 나오지를 못하겠다면서 며느리가 대신 가도 되겠냐 하기에 그러자 의논이 되었다. 그냥 오려니 인사가 그렇지 않을터이니 귤을 한 상자정도 준비 해 와도 된다 일렀던 터다. 며느리는 신경을 쓴 듯 떡을 맞추고 특별히 예쁜 포장을 했다. 게다가 달기가 아주 적당한 식혜도 마련하고 귤도 한 상자 준비 해 가지고 왔다. 넉넉한 며느리의 배려에 놀랍기도 하고 신통하기도 하다.우리의 위상을 높혔다며 한껏 칭찬을 해주는 회원들의 칭찬에 나도 팔불출 처럼 겸양없이 반기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교수님께서 점심을 자시다 말고 나와서 반겨 주신다. 교수님께도 며느리에게도 모두 감사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변산반도 채석강을 향해 달린다. 서해 바다에 접한 채석강은 몇시간을 버스에 갇혀 답답하던 마음과 몸을 한껏 풀어 준다. 가깝게 출렁이는 서해 바닷물이 우리를 반기는 듯하다. 해변 가로 가는 길,울퉁 불퉁 요철이 진 바위 길을 걷기는 너무나 조심스럽다. 어쩌다 이렇게 몸의 균형 감각이 둔해져 버렸는지 한 거름거름마다 겁이 난다. 다시 버스에 타고 시원하고 넓게 뚫린 새만금 멀고 먼길을 달리다가 새만금축성기념탑 앞에서 우리 모두를 기념사진에 담았다. 겹친 피로에 졸며자며 서로를 부비대면서 일로 서울로 돌아 왔다. 모두 큰 사고 없이 잘 도착함에 안도와 감사를 드린다. 우리 회원은 물론 떠날 때와는 달리 잠실 문화교실팀과도 모두는 좀 더 가깝고 마음이 통하는 서로가 되어 진 느낌이다. 올 가을은 참으로 풍요롭고 풍성하게 지낸 셈이다. 2012.10.24 ![]() (선농수필문우회원들) (채석강) (며느리와 함께) ![]() (잠실롯데 문화교실팀과 선농수필문우회팀이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