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가을 청초 날씨가 하도 느긋하기에 이번 가을은 아마 늦장을 부리나보다 했습니다. 그러나 어째 자고나면 모든 나뭇잎들이 고운 빛으로 색깔을 달리하고 오늘 보니 우수수 낙엽들이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가까운 텃밭들이 있는 곳엘 찾아 가보았습니다. 이제 모두들 농사를 진 무 배추 고구마 총각무들을 뽑아서 가을걷이가 끝나가고 있었어요. 마을 시장에서는 어느덧 김장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손길이 바빠졌습니다. 정신이 버쩍 들었습니다. 벌써 이 가을이 가까히 왔다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쳐서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가을 날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