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빵 장사 청초 얼음이 꽁꽁 얼지는 않았지만 요즘 날씨는 제법 춥다. 이제 따끈한 군밤이나 군고구마가 그리운 계절이 되었다. 최근 고구마가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고구마 값이 너무 비싸졌다. 그 탓인지 길거리에 군고구마장사나 군밤장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남편과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몫, 포장마차에 커다란 메직 글씨체로. '잉어빵'이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래, 잉어 빵이라... 같은 값이면 붕어보다는 잉어가 크기는 크지.’ 동네 제과점에서 팥빵이라고 만들어 파는 빵을 사먹어 보니 기대 했던 팥은 코딱지만큼 넣고 웬 찹쌀 덩어리가 섞여 나온다. 눌러보니 물컹물컹 하여 팥이 한거 들었나 싶어 기대 했는데 웬 찹쌀 덩어리람... 옛날 우리가 굶주려서 배가 고팠던 시절이라면 배속이 든든한 찹쌀이 든 게 좋았겠지만 요즘은 팥맛을 즐기려 산 게 그 모양이니 일순 속았다는 생각이 팽배한다. 그 후로 제과점 팥빵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다. 그런데 이 잉어 빵이 구미를 당긴다. 어떤 여인이 한옆에서 그 잉어 빵을 사먹고 있다. “팥은 많이 들었나요?” “예, 잉어에 팥이 하나 가득 들어 있네요.” “얼마에요?” “세 마리에 천원입니다.” 내 주머니를 뒤지니 오늘 따라 천 원짜리가 한 장도 없다. 급한 김에 함께 한 남편에게 물으니 그의 지갑에도 천 원짜리는 없다. 최근 만든 현금 카드를 쓰다 보니 잔돈이 생길 일이 없다. 하는 수없이 만 원짜리를 주인에게 내밀며 “잉어 빵 천만 원어치만 주세요.^^” 옆의 여자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천만 원어치 나요?” 한다. 잉어 빵 여주인은 만원을 받아 넣고 천연스레 천 원짜리가 하나 가득 든 깡통을 내민다. 이번에는 내가 놀래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렇게 돈이 가득 든 돈 깡통를 내게 내밀다니... 더구나 큰길가 장사라서 손님이 모두 가지고 톡 끼면 어얄라꼬? 하나 둘 셋 세면서 나는 천 원짜리가 엉켜 담긴 돈을 가지런히 하고 9장을 꺼내 가졌다. 옆의 여인이 “응~ 천원어치구나ㅎㅎㅎ” “빵 팥고물이 아주 뜨겁습니다. 입 조심하세요.^^. 주인아주머니의 당부의 말씀... “앗 뜨거... 정말 뜨겁네...” 팥 앙금은 적당히 달콤하고 잉어 배가 터지도록 팥이 가득 들었다. 잉어 빵을 담은 봉지도 헌 신문지가 아닌 잉어 그림이 그려진 깨끗한 새 봉지다.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처음 본 나에게 돈이 가득 든 돈 통을 통째 맡기다니... 아직도 사람들이 서로를 믿는구나. 비싸지도 않은 그 잉어 빵이 그렇게 가득 팥 앙금이 들어 있고,.. 내일 또 다시 사 먹으러 가야지... 나의 마음은 이미 그 잉어빵 가게 단골이 되어 있다. 2012.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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