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청초 12월에 들어섰다. 이해 달력이 마지막 한 장만 달랑 남았다. 앙상한 나무가지에도 갈색 잎 하나 외롭게 매달려 있네. 지난 여름날 연보라색 꽃이 곱게 폈던 개울가 오동나무의 넓적한 잎도 이미 떨어져 버렸네. 산수유 새빨간 열매가 이 가을날 때를 만난듯 제 홀로 영롱하다. 가지 끝에 앉아 거친 나무 등걸을 쪼던 아기 새 떠나 버린 어미 자욱을 찾는지 안타까히 사방으로 머리를 조아린다. 마지막 꽃 비단색 단풍잎을 모두 떨쳐 버리니 그 영화러운 날들의 허망함이여... 이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오는 봄을 맞으려 씨눈을 잉태하고 모든 나무는 겨울맞이에 들어섰다. 겨울 나목(裸木)들 처럼 일상의 무거운 근심을 흘훌 떨어 버린다고 우리의 인생살이가 가벼워지기는 하는건지... 단풍잎이 모두 져 버린 황량한 이 늦은 가을 날 무언가 잊어 버린듯 어찌 하자고 허전한 이 마음 무심히 쳐다 본 드높은 늦 가을 하늘에 한점 뜬 구름따라 천천히 올 가을 날이 우리곁을 떠나 어딘가로 가고 있었네. 2012.12.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