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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이웃' '착한 가게'                           청초         이용분  

    요즘은 큰아들이 오면 점심에 주로 고려 삼계탕집에를 간다. 최근에는 조금 뜸하게 가는
    순대국집이 있다. '순대국'이란 음식이 나에게는 그리 가깝게 와 닿는 음식은 아니었다.
    어느 날 불시에 우리 아이들과 다함께 만나게 되었는데 가까이에 마땅하게 들어 갈 음식
    점이 없다.작은 아들이 과감하게 들어 가 보자하여 들어간 순대국 음식점이 맛도 괜찮고
    주인 인심도 후했다.

    작은 아들은 멀리 전주에 있으니 그 후로 함께 갈 기회는 드물지만 큰 아들과 우리는 종종
    그 집에 가서 점심을 해결했다. 나는 위장이 좋지 않아 진 후 부터는 그곳에서 주는
    밥과 한뚝배기 국물이 너무 많아 매번 반만 먹고 나머지는 밥과 함께 싸주기를 청했다.  

    주인은 가지고 가기에 양이 적어 보이는지 자기네 국물을 더 보태서 혼쾌히 싸 주곤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단골로 갈 때면 종종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친밀 해져서 주인
    아주머니가 안보이면 안부도 묻고 하는 아주 친한 사이로 발전했다.그 후로 나의 딸아이도
    우리집에 다니러 오면 맛있다고 함께 사먹고 저희 집에 사 가지고 가서 식구들도 먹이니
    자연히 더 친해졌다. 요즘 이렇게 전연 다른 류의 사람들과 따뜻하게 마음이 통하는 일은
    아주 귀한 경험이다.

    그 집 밥이 맛이 좋아 이런 음식점에서는 수지타산 면에서 최고급 비싼 쌀을 쓸리가
    없어 밥하는 솜씨가 뛰어 나던지 아니면 어디서 어떤 쌀을 사다 쓰는지 묻게 되었다.
    그 점포 이름을 알려주었는데 마침 먹던 쌀이 있어 한참을 잊고 있다가 다시 묻게 되었다.
    그 쌀집 이름이 '좋은이웃'이란다. 요즘은 '착한가게'등 추상적인 형용사가 사람들의
    바램을 담은 듯 고유명사화 해서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인가 아들이 우리 집에 찾아 온 날 점심을 사 먹고 차를 타고 드디어 그 쌀집을
    찾아 갔다. 도매상인 듯 온갖 잡곡류가 가게 가득 쌓여 있다. 서해 간척지에서 생산
    됐다는 쌀이 20K들이 쌀이 만원 쯤은 싸다. 시골풍도 아닌 젊은이들이 아주 무던하고
    대하기가 편타. 그외 잡곡들도 다른곳보다 싸다.나는 단골가게를 정할 때도 사람들의
    인상이나 됨됨이를 민감하게 살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도 생긴 대로 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다.

    그 후로 잡곡도 사고 계란류도 사먹게 되었다. 양계장에서 직접 가져 온다는 계란이 같은
    값에 크기도 하고 노란 자위가 팅글팅글 아주 싱싱하다.그런 중 어느 날 계란 하나가
    새까맣게 곯은 것이 나왔다. 얼마 뒤 쌀을 사러 갔다가 그 이야기를 하니 선듯 계란 하나를
    더 얹어 준다. 닭들이 이곳 저곳 알을 낳다보면 늦게 발견 되어 종종 그런 일이 있단다.

    집에 돌아 와서 냉장고에 넣으려고 한 겹을 더 덮은 계란 포장지를 여니 어쩐다 이번에는
    계란 한개가 눈알처럼 빠졌다. '에그, 그랬어도 본전이네...' 그도 종이 계란판이 덮인
    것을 그냥 들어올려 끈을 묶어 주어서 그런 일이 생긴 모양이다. 그런 뒤 한참 시간이
    흘렀다. 어제는 기장쌀을 사러 간 길이다. 따뜻한 날씨에 운동삼아 조금 먼 거리에 있는
    그 가게로 가보기로 했다.

    할까 말까 망서리다가 믿거나 말거나 하며 그 이야기를 하니
    '그런 말씀을 하실 어른이시냐'며 다음 계란을 살때 꼭 주겠다나...

    며칠이 지난 후 나중에 찬찬히 생각 해 보니 그 가게 주인이 곯은 계란을 하나를 맨위
    판에서 꺼내주고는 꺼낸 사실을 잊고 그 알 하나를 들어 낸 바로 그 계란의 판을 그냥
    주어서 연거퍼 그런일이 생긴 걸 깨달았다. 언제인가 가서 그 일을 깨우쳐 주고 웃면서
    알 한알을 받아 올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무슨 일이든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분명하지 않은 일은 영 마음이 깨운하지 않찮은가^^

    모든 것을 슈퍼라는 대형 마트에서 사면 주인이 친절한지 무던한지 모든 게 기계적이고
    사무적이다. 아무리 많은 물건을 샀어도 몇 십 원까지도 다 챙겨 받으니 인정이 오갈 일도
    없고 기대 할 일도 없다. 삭막한 세멘트 형 도시에서 풀 한 포긴들 자랄까. 우리의 일상의
    인생살이도 사람과의 교류가 없이 이와 같이 삭막하게 변했다.  이런 중 만난 이런 가게
    주인들의 선량한 모습은 삭막하게 잊혀져 가던 우리의 감성을 되살아 나게 한다.

     '좋은 이웃''착한 가게' 이 얼마나 마음을 편안하고 정다운 단어들인가.  어떻게 해야
    우리 주변이 이런 따뜻한 분위기로 되살아날 수 있을까. 모두 T.V.를 보아 서울사람과 함께
    문화를 공유한 탓인지 시골 인심도 그전 같지 않다.시골사람들이 후하다는 말은 옛말이다.

    참으로 사람의 따뜻한 입김이 그리운 계절이다.  

                                                                 2012.12.16

    (늙은 호박고지... 떡에 넣으면 아주 달고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