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67 추천 수 7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무 전지를 하는  까닭...                    청초   이용분

    12월19일은 우리나라 18대 대통령 선거 날이다. 날씨가 혹독하게 춥다. 우리 집 뒷쪽
    부엌 창문에서 멀리 내려다 본 선거장소인 돌마 초등학교 출입구에 선 사람들의
    꼬리가 언듯 보인다. 설마 착시이겠지.

    오늘은 나의 딸 남이의 생일이기도 하다. 얼른 선거를 마치고 데리러 온 두 아들들과
    함께 딸네 집 가족모임 점심약속에 가야한다. 따뜻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투표장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 현관 입구로부터 좁은 복도를 지나 선거장소에 이르기까지
    뱀이 똬리를 틀듯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몇 줄로 겹겹이 서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줄은 줄기는 커녕 점점 더 길어진다.

    누구를 뽑든 이제는 분명하게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분연한 의지들을 가지고 나이 든
    분들이나 젊은이들이나 모두 굳은 표정이 돋보인다. 지금까지 선거날 이렇게 긴줄을
    서며 치열하게 사람들이 참여한 일은 드물었다. 섣불리 누구편인지 기늠하기에는
    나이에 따라 각각 표정들이 의연하다. 딸네집 근처 선거소에도 늦도록 사람들의 긴
    행렬이 이어진 게 보였다.

    결국은 박근혜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선거는 마무리지어졌다.대한민국의 앞날에
    서광이 비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선거장소인 초등학교 복도에 책걸상이 뒤집어서 두 단 높이로 쌓여 있다.
    요즘은 이런 식 책상에서 공부를 하는구나...
    네모 반듯 반질반질하고 깨끗한 합판 밑에 서랍인 듯 회색 ㄷ자형 구조의 프라스틱
    붙박이가 붙어 있다.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무로 일일이 목수가 짜 맟춘 옹색하고 거친 책상과 걸
    상에서 공부를 했다. 책상 위 표면은 하도 오래 써서 울틍불퉁 곰보처럼 얽히고
    험했다.내 책상이라고 생각이 들고 친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 하곤 했다. 때에
    따라서는 크레욘이나 초를 가지고 책상 표면에 칠하고 호~~하고 입김을 불고서
    집에서 만들어 온 마른 걸레로 윤이 나도록 닦고 드려다 보고 또 닦고 하던 추억이 되
    살아났다.

    요즘 어린이들 책걸상은 가볍고 매끈해서 그럴 필요는 없다. 무거운 책가방을 멜 필요도
    없다. 필요에 따라 저학년 아이들은 모두 바퀴가 달린 짐 끌게에 달린 가방에 책을 싣고
    가면된다. 심하면 그도 학교 문앞까지 마중을 나와  부모가 끌고가는 수도 있다. 점심도
    학교에서 무료 급식으로 균형있는 식사를 제공하니 요즘의 학 부모들도 한 시름 잊고
    아이들을 키운다.

      어떤 선거를 하러온 부인이
    “아. 글쎄 교실 청소까지 엄마들이 와서 다 해준다니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한심하다니까요.”
    아마도 오랜만에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 와 보니 나 모양 지금의 교육 형태에 대해서
    호기심과 비판력이 생긴 모양이다.  

    우리가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청소를 할 때에는 이맘때쯤 교실 뒤구석
    청소함에 동태처럼 꽁꽁 얼고 썩은 냄새가 풀풀 나는 물걸레를 밖의 수도에서 바께스로
    길어 온 어름처럼 차거운 물에 맨손으로 걸레를 짠다. 지금 같으면 그 흔한 대 걸레도
    없었다. 마루바닥에 머리는 쳐 밖고 엉덩이는 하늘로 쳐들고 두손으로 밀어서 청소를
    하던 생각이 떠 올랐다.

    그도 꾀가 많은 친구들이 어영부영 빗자루를 들고 건성 청소를 하는 척 하면 언제나
    도맡아서 하는 고지식한 친구는 따로 있었다. 그 성실성으로 5.60년대 그 어려운 시절을
    견디어 내는 그 저력을 키우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 멋모르고 겪는 이런
    인내력이 인생에도 큰 밑거름이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겨울인데도 요즘 우리 아파트 정원에 심긴 모든 나무들을 과감하게 싺둑싺둑 전지를
    하였다. 소나무는 물론 우리 동 바로 앞에 심긴 산수유나무 가지들이 빨간 산수유열매를
    다닥다닥 매단 채 무참히 잘려 어지러히 널려 있다. 겨울동안 이 빨간 열매는 관상용으로
    보기도 좋지만 온갖 새들이 모여들어 먹이를 삼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나는 열매가
    실하게 달린 가지를 몇개 수습하여 글을 쓰는 내방 책상머리 꽃항아리에 꽂아 놓았다.

    밤에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나무가 너무 무질서 하게 커버리면 다스리기 힘들 것이다.
    가지를 낮게 전지를 하면 가지도 더 많이 뻗고 꽃도 잘 피고 열매도 잘 여는 보기 좋은
    관상목으로 커질 것이다. 소나무들도 쓸데 없는 곁가지는 모두 잘라 내니 더 보기 좋은
    나무로 성장할 것이라는 긍정치가 생겼다.  

    이제서야  단호하게 잘라 낸 정원사의 판단에 나무가 어떻게 클지를 전망을 하는 선견
    지명에 동의를 표하게 됐다. 커가는 우리들의 아이들도 그저 보호만 해줄 일이 아니다.
    이렇게 앞을 내다보는 단호한 교육관을 가진 선생님과 교육이념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2012.12.2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57 성탄 선물 / 류경희 김 혁 2012.12.26 549
5056 메리 크리스마스!! 1 이용분 2012.12.24 560
5055 크리스마스의 기도 - 謹賀新年 김 혁 2012.12.24 527
5054 나는 배웠습니다 김 혁 2012.12.23 532
5053 마음의 방을 닦습니다 김 혁 2012.12.22 536
5052 들풀 미강 2012.12.22 520
5051 예수님! 축하해요 김 혁 2012.12.21 533
» 나무 전지를 하는 까닭... 이용분 2012.12.21 867
5049 은퇴 후 뒤집히는 집안 권력 김 혁 2012.12.21 505
5048 임종에서 후회하는 다섯가지 김 혁 2012.12.19 514
5047 삶의 여유를 아는 당신이 되기를 김 혁 2012.12.18 589
5046 12. 17.(월) 새 아침을 열며 김 혁 2012.12.17 687
5045 빈 강에 서서 / 류시화 김 혁 2012.12.17 742
5044 '좋은 이웃' '착한 가게' 이용분 2012.12.16 693
5043 바람의 정거장 / 강연호 김 혁 2012.12.16 590
5042 아침에 / 위선환 김 혁 2012.12.15 550
5041 햇살만큼 따뜻한 사람 김 혁 2012.12.15 626
5040 겨울에피는 수선화 2 미강 2012.12.14 546
5039 내 마음에 사는 너 / 조병화 김 혁 2012.12.13 531
5038 떠 밀려가는 달력과 우리의 인생. 이용분 2012.12.12 551
Board Pagination Prev 1 ...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358 Next
/ 358

서울사대부고 제7회 동창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