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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일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57)에게 수필은 `마음의 샘물`이다. 글을 쓰는 동안 욕심과 분노, 이기심이 씻겨 내려간다. 저녁 무렵 서울 인사동 찻집 `귀천`에서 만난 그는 "수필을 쓰면 마음이 맑고 깨끗해진다"고 말했다.
"괴로운 일이나 시련, 근심이 생겨도 수필을 쓰면 완전히 치유됩니다. 세속의 먼지를 다 정화하면 가슴이 포근해져요. 수필은 인생을 성숙시키고 깨달음을 꽃피우는 문학이에요. 마음으로 쓰는 글이죠."

수필은 고단했던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신문사 편집국장이었던 그는 기자들을 정리해고한 후 글을 쓰며 위안을 얻었다. "시대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도의적 책임을 느꼈습니다. 사표를 낸 후 수필을 쓰며 상처와 죄책감을 다독였어요."

수필은 소설가 지망생이던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1975년 한국문인협회가 발행하는 문예지 `월간문학`이 처음 공모한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이듬해에는 문예지 `현대문학` 첫 수필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수필가로 인정받은 후 신문사 문화부 기자가 됐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수필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둔 후 그의 글은 더 깊어지고 울림이 컸다. 수필 문학 대가인 고 피천득 선생이 제자로 삼았을 정도다. 10년 전 피 선생은 수필가 모임에 나와 "정목일을 만나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때 충격과 감동을 형언하기 힘들어요. 선생님 댁에 찾아가 삼배(三拜)를 올렸어요. 절 1번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인사하는 것이고, 2번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3번은 인간이 신에게 올리는 것이죠. 그날 이후 스승으로 모시고 자주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 이사장은 수필의 매력으로 진실을 꼽았다. 자기 삶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상상을 통해 `없는 세계`를 쓰지만 수필은 인생의 고백이에요. 글을 쓰면서 나를 성찰하게 되고 삶을 완성 단계로 이끌려고 노력해요. 인격과 마음 수양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가슴이 넉넉해지는 수필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글쓰기예요. 세상을 정화해 줘요."

최근 출간한 수필집 `지금 이 순간`(선우미디어 펴냄)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담았다. 시시한 `오늘`을 천시하고 `내일`만을 기다렸던 스스로를 탓한다.

"창대하고 빛나는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원에 기대서 평범한 오늘을 경시하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나이 들면서 생각하니까 영원은 추상명사에 불과해요. 뜬구름 같은 생각이었죠.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찰나예요. 현재에 할 수 있는 최상의 노력이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서 있는지 삶의 좌표를 살펴보고 싶어요."

순간을 알뜰하게 보내고 싶다는 그는 2009년부터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1971년 발족한 이 단체는 한국 최초 수필가 단체로 회원 800명을 거느리고 있다.

정 이사장은 "누구나 쉽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인터넷 덕분에 수필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SNS와 블로그에 올리는 글 대부분이 일기와 칼럼, 반성문인데 수필 장르에 속해요.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이 수필을 쓰면서 생활하고 있죠."

[전지현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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