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린 뒤의 개천)
좀 이른 아침 집을 나설때 보니 어디선가 귀에 익은 새소리가 들리기에 이리저리 눈을 돌려 찾아 보았다. 낮은 나무가지 위에 색갈은 별로 곱지않은 검회색 새가 정신 없이 우지지고 있는 게 아닌가. 개똥 지바퀴 새인가... 이 새는 텃새인지 항상 이곳에 머무 르면서 우중충한 털색의 생김 새 보단 고운 울음 소리로 우리를 현혹 시킨다. 엇그제까지만 해도 군데군데 남았던 뒤곁 냇가 어름이 간밤에 내린 비에 모두 녹아서 떠 내려가 버렸다. 햇살이 밝은 쪽 길을 걷다 보니 둔덕 비탈에 서있는 산수유나무가지 끝에 통통하니 어느새 꽃망울이 부풀었다. 가지 끝에 작년가을에 열었던 빨간 열매가 그냥 매달려 있는 열매를 보니 산수유가 분명하다. 다른 나무는 모두 겨울잠에 잠긴 채 그냥 있는데 유난히 이 꽃나무가 예민하다. 이 길은 큰 버스 길 건너 다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탄천을 향하여 걷기 산책을 가는 길목이다. 날씨는 아직 쌀쌀맞은데 사람들의 옷차림은 어느 새 가볍게 차려 입었다. 초등학교를 오가는 아이들은 물론 길거리에 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볍다. 그러다 보니 발거름도 한결 가볍고 희망차게 보인다. 사람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봄이 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추운 겨울날 어깨를 웅크리고 다니다가 날씨가 화창 해 지면 마음부터 저절로 환해지고 가벼워져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마음에 희망이 부푸른다. 젊은이들의 바쁜 출근은 끝난 아침 그래도 아직은 이른 시간이다. 그 시간에 나오려면 꽤나 이른 아침을 먹고 부지런을 떨어야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도 일을 보기 위해 늦을 세라 부지런히 우리 집 뒷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언제나 만나게 되는 그녀는 허리가 구부정하게 늙은 여자 노인이다. 한손에는 쇠붙이 집게 다른 한손에는 까망 비닐봉투를 들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줍고 있다. 처음에는 동회에서 나오는 근로노인인가 했다. 몇 번인가 아침에 마주 치면서 그 노인이 길에 떨어진 담배 공초나 종이 조각등 일반 쓰레기를 줍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키에 맞게 기다란 쇠붙이 집게는 담배 공초를 집었다가도 노치고 헛손질이 많다. 왜 그 할머니는 이렇게 이른 봄날 쌀쌀한 시간에 그렇게 쓰레기를 줍고 있는 걸까. 우연찮게 몇 번을 마주치면서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이른 아침에 아침식 사를 하기나 했을까. 가족이 있기나 할까. 요즘은 주변에 혼자 사는 노인이 부쩍 많다고 한다. 그 나이에 아침도 거르고 나오면 금세 지칠텐데... 그렇다고 물어 보기에는 표정이 너무나 근엄하다. 우리 집 발코니에 있는 피닉스 화분 위에 놓인 자그만 잎파리의 넝쿨 식물이 서너뼘이 나 되게 자랐다. 그 가녀린 덩쿨이 봄이 온걸 제 먼저 알고 겁도 없이 거친 나무등걸을 타고 새잎을 펴며 기세 좋게 기어 오르고 있다. 봄의 전령은 그 매섭고 영원 할것만 같던 겨울날을 걷어 내고 잊지도 않고 이땅에 또다시 새로운 봄을 싣고 오려나 보다. 201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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