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돌 친구

by 이용분 posted Mar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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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하늘 높이 나르는 비행기)


        공기 돌 친구                  청초
          
        우리 집 앞 산 중턱에 발 지압장이 있다.  
        그걸 만들고 남은 조약돌들이 무수히 널려 있기에  
        어느 날 나는 동그랗고 쪼그만 공기돌  
        돌멩이를 몇 개 주워왔다.  

        비눗물에 깨끗이 잘 씻었다.    

        밤새
        혼자 추억에 젖어
        요 위에서 공기돌 놀이를 해 보았다.    
        아파트 아래층이 시끄러울까봐...

        중학교 시절 제법 먼 학교에 걸어서 갔다 돌아 와서는  
        한 동네의 같은 반 친한 친구와 더불어  
        책가방은 저만치 던져 놓고는  
        우리 집 현관 바닥에 털썩 마주앉아 
        두 다리를 한 것 펼치고

        그 사이에  
        공기 돌들을 하나 가득 흩으려 놓고는  
        거의 매일같이 공기돌 따먹기 놀이를 했다.  

        내가 이번에 주워온 것 같이
        몸이 반들반들 한 것이었는지  
        한길에 아무렇게나 나 둥굴어 다니는  
        울퉁불퉁 못난 자갈돌이었는지는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시절 그건 나의 소중한 재산이었다.  

        나는 공기 돌 놀이를 하면서  
        늘 행복했었다.

        그 친구와는 지금도 코 흘리게 시절    
        그 옛날 공기 돌 놀이 친구로 남아있다.    

        한참 세월이 지나간 후  
        내 딸아이가 태어나서  
        초등학교 시절    

        다섯 알 공기놀이를 하면서  
        손이 자그마한 딸아이는  
        손등에 얹어서 쫘서 먹는 놀이에  
        공기 돌 들이 굴러 떨어져  
        항상 낭패를 보곤 했었다.  

        유수 같은 세월은 또다시 흘러  
        외손녀가 공기놀이를 할 나이에 이르러서  
        이번 민속 절에 우리 집에 다니러 왔다.  

        나는
        "할머니가 아주 좋은 선물 줄게" 하고  
        얼른 그 공기 돌들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세배 돈 줄 때에는  
        너무나 반색들을 하던 손녀가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말 돌 보 듯이 한다.

        딸이 말하기를  
        “얘네들은 프라스틱 공기 돌로 하잖아요.“  
        별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딸과 손녀에게 다 같이 실망을 느꼈다.  
        딸마저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어서...

        T,V.나 컴퓨터 오락에 떠 밀려서  
        이런 놀이나 옛것들,    
        팽이놀이라든가 딱지치기라던가
        구슬 치기라던가...

        이런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어울려
        친화력 타협하는 마음을 키울터인데
         
        이런 모든 놀이가 관심 밖이 되어버린
        요즈음의 세태...  

        그래 이건 우리 세대만이 간직해야 할  
        아련한 추억인 것을...

        아이들 눈에는 하찮게 보여  
        눈여김 마저 외면당한  
        노란색 차돌.조약돌들...

        어느 날 T.V. 에서 본  
        “왕숙 천 변”의 물 때 새 알같이 생긴  
        까만 점이 알록달록하게 박힌 갸름한 멧돌  
        색깔과 종류와 모양이 제가끔 다르면서  
        목직하고 오밀조밀하게 생긴  
        그 예쁜 공기돌들을

        주섬주섬 주워서는
        소중한 보물인양  

        나 홀로 어루만졌다.

                                  2002. 2. 13. 민속 명절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