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 돌 친구 청초 우리 집 앞 산 중턱에 발 지압장이 있다. 그걸 만들고 남은 조약돌들이 무수히 널려 있기에 어느 날 나는 동그랗고 쪼그만 공기돌 돌멩이를 몇 개 주워왔다. 비눗물에 깨끗이 잘 씻었다. 밤새 혼자 추억에 젖어 요 위에서 공기돌 놀이를 해 보았다. 아파트 아래층이 시끄러울까봐... 중학교 시절 제법 먼 학교에 걸어서 갔다 돌아 와서는 한 동네의 같은 반 친한 친구와 더불어 책가방은 저만치 던져 놓고는 우리 집 현관 바닥에 털썩 마주앉아 두 다리를 한 것 펼치고 그 사이에 공기 돌들을 하나 가득 흩으려 놓고는 거의 매일같이 공기돌 따먹기 놀이를 했다. 내가 이번에 주워온 것 같이 몸이 반들반들 한 것이었는지 한길에 아무렇게나 나 둥굴어 다니는 울퉁불퉁 못난 자갈돌이었는지는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시절 그건 나의 소중한 재산이었다. 나는 공기 돌 놀이를 하면서 늘 행복했었다. 그 친구와는 지금도 코 흘리게 시절 그 옛날 공기 돌 놀이 친구로 남아있다. 한참 세월이 지나간 후 내 딸아이가 태어나서 초등학교 시절 다섯 알 공기놀이를 하면서 손이 자그마한 딸아이는 손등에 얹어서 쫘서 먹는 놀이에 공기 돌 들이 굴러 떨어져 항상 낭패를 보곤 했었다. 유수 같은 세월은 또다시 흘러 외손녀가 공기놀이를 할 나이에 이르러서 이번 민속 절에 우리 집에 다니러 왔다. 나는 "할머니가 아주 좋은 선물 줄게" 하고 얼른 그 공기 돌들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세배 돈 줄 때에는 너무나 반색들을 하던 손녀가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말 돌 보 듯이 한다. 딸이 말하기를 “얘네들은 프라스틱 공기 돌로 하잖아요.“ 별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딸과 손녀에게 다 같이 실망을 느꼈다. 딸마저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어서... T,V.나 컴퓨터 오락에 떠 밀려서 이런 놀이나 옛것들, 팽이놀이라든가 딱지치기라던가 구슬 치기라던가... 이런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어울려 친화력 타협하는 마음을 키울터인데 이런 모든 놀이가 관심 밖이 되어버린 요즈음의 세태... 그래 이건 우리 세대만이 간직해야 할 아련한 추억인 것을... 아이들 눈에는 하찮게 보여 눈여김 마저 외면당한 노란색 차돌.조약돌들... 어느 날 T.V. 에서 본 “왕숙 천 변”의 물 때 새 알같이 생긴 까만 점이 알록달록하게 박힌 갸름한 멧돌 색깔과 종류와 모양이 제가끔 다르면서 목직하고 오밀조밀하게 생긴 그 예쁜 공기돌들을 주섬주섬 주워서는 소중한 보물인양 나 홀로 어루만졌다. 2002. 2. 13. 민속 명절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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