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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0 14:26

이렇게들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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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들 산다.                    청초   
          
    이제 시골 들녘에 새봄이 찾아 왔다. 두 부부가 흐트러진 지푸라기를 건성건성 걷고
    있다. 소의 먹이로 주기 위해서란다. 왜 그리 늦었느냐 물으니 가을에 걷으려면 비가
    오고 또 오고 마를 새가 없었단다. 자연이 허락하는 대로 이리 좀 늦게 걷은 들 어떠리.
    남편은 짚단을 익숙하게 잘 묵지만 아낙은 서툴다. 자기는 이런 일을 해 보지 않아서
    서툴단다. 순하게 자기를 인정하는 그 마음씨가 아름답다.    

    한 남자 노인은 무릎 속에 몸이 파뭍칠 정도로 노쇠했다. 나이가 85세란다.
    요즘은 산에 죽은 나무가지들이 많아 주로 땔감은 이들 나무로 하는 것 같다.
    해온 나무를 기운차게 도끼로 두툼한 통나무를 패는 게 아니라. 굵은 대못으로 나무에
    찍고 다시 망치로 그를 내려 쳐서 겨우 통이 큰 나무를 쪼개서 땔감을 마련하여
    군불을 땐다.

    마나님은 마을 회관에 놀러가고 남편은 몸이 불편하여 집에 남았다. 이제 돌아 올
    마나님을 위해 군불을 땐다. 그는 6.25 사변 때 군대를 가서 6년 동안 나라를 지켰단다.
    그런 그가 늙어서 이제는 집을 지키는 호호 영감님이 되었다.    

    땅 마지기 농사를 짓는 부부인지 들녘에 할 일이 많다. 나이가 들고 몸이 노쇠하니
    이제는 들일을 하기가 힘이 든다. 젊어서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먹기 살기가 힘들어
    그저 땅만 사 모우느라 자식들을 제대로 공부를 못 시킨 게 한으로 남았다. 학벌이
    낮으니 월급이 작아 힘든 세상을 살아 가느라 제 자식들하고 고생을 하니 안쓰럽다.
    부모에게도 제대로 용돈을 못 주는 자식들이 안타깝다. 공부는 많이 안시키고 땅만을
    산 지난 날들이 후회로 남았단다. 

    이제 시골에는 젊은이는 없다. 주인과 함께 밭을 갈며 늙어버린 소와 강아지들만이
    그들의 시름을 달래준다.보통 시골집에는 벽에 가족사진을 죽 걸어 놓고 수시로 드려다
    보며 산다. 젊어서는 참 촌스럽다고 생각되던 일이 요즘에 보면 정말 실질적이라 생각이
    든다. 그까짓 격식이야 어떻든 수시로 온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지 않은가.

    그래도 부부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축복이다. 남자가 시원찮으면 조금은 더 건강한
    아내가 궂은 일을 대신한다. 서로 위로와 다독거림이 되니 늙어서도 외롭지 않다. 
    일설에 한마리 말이 끄는 짐의 무게는 6톤이지만 2마리가 끌면 12톤이 아니라 24톤의
    힘이 생긴다 한다.

    부부가 함께 살게 한것은 조물주가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중에 하나인것 같다.
    남편이 먼저 가고 아낙이 홀로 남았다. 병원에 입원하여 5년 퇴원하여 몇년을 병수
    발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홀로 남아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 자기 혼자 먹을
    설에 남은 한그릇의 떡국과 달랑 김치 반찬을 올려 놓고 생전에 다정했던 고인을
    그리워하며 기린다. 지금까지 글은 오늘 아침 T.V.에서 본 프로 이야기다.

    요즘 들어 주변에 홀로 사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자칭 독거노인이라
    일커른다.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어디에 비견할까. 온 천지가 막연하고 허전 해 보인다.  
    남편이 돌아 간 뒤 그 유품을 정리하지 않고 그냥 둔 채 외출하고 돌아오면 아직도
    함께 살아 있는 듯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단다. 그도 좋은 방법인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죽은 이는 얼른 떠나보내야 된다고들 한다. 모두 자식들이 있어도 혼자 사는
    추세다. 아주 먼곳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주변에서 보는 이야기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말년이 불행하지 않은 걸까. 차라리 시골에 묻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게 좋을까. 나이 들면 모두 시골에 가서 살았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그러나 몸이 아프고 보면 늙을수록 병원근처에 살아야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매일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아프면 열심히 서로 챙겨 병원에 가야 되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부부가 서로 밤사이 무사히 잘 잔것에 감사하자.
    항상 웃는 얼굴로 마주 보며 소중하게 하루 하루 행복한 삶을 영위하여야 되겠다.

                                                                       2013.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