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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1 10:44

*양란 그레이스 케리

조회 수 569 추천 수 7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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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란 그레이스 케리                        청초  

      이른 아침에 잠이 깨어  
      내 서제 방에 들어서니  
      양란 ‘그레이스케리’가 봉긋이 꽃잎을 열었다.    

      '아. 드디어 꽃이 피었네...’
      유백 색 꽃잎에 자주빛 꽃심  
      너무나 가련하고 여린 꽃.    

      아마도 그 고상한 자태에
      왕년 모나코 왕비가 되었던 미국의 전설적인 여배우
      '그레이스케리'의 이름을 얻었나보다.  

      지난 여름 날 자질그레한 화분을 모두 정리할 때
      '꽃도 안피는 게 뭐그리 이파리만 성하냐'고
      지청구를 당하더니 용케도 피해 살아 남은 꽃.  

      몇 년 만에 피는 꽃인지...
      사올 적에 피고는 여간해서  
      다시 집에서 피워 내기는  힘들다.
        
      난을 살리는데 십년  
      죽이는 데도
      십년을 걸린다고 한다네.    

      지난 겨울은 몹씨도 추웠다.  
      겨우내 추운 발코니에서
      꽃도 모진 추위를 감내하며    

      꽃망울 움을 틔우려  
      무진 애를 태웠겠지만  
      사람도 정성을 쏟았다.  

      며칠 전  
      마침내 그 꽃의 몽우리가 통통 해지자  
      남편이 내 서제 방에 들여 놓아 주었다.    

      난은 소담한 포도송이가 그려진  
      키가 50cm 쯤 되는  
      커다란 화분에 심겨져 있다.    

      동양란과 달리 양란은 이파리도 크고 몸체도 크니  
      그것을 심은 화분도 크고  
      무거워 다루기가 버겁다.    

      '어디 향기는 있나?'
      꽃은 아무런 향기가 없다.
      장미에 뽀족한 가시가 돋듯이  

      그런 자태에 향기까지 나서  
      모든 걸 갖추도록 배려 했다면
      조물주는 너무 불평등 했겠지...  

      못내 아쉽다.
      기왕이면

      그 향기.  
                                      20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