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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9 16:44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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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청초

    누구에게나 가슴 뭉쿨하고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서 부터 우러나오는 그리움...
    친구의 어머니께선 우리 여동기들이 회갑기념 여행차 동남아의 여러나라에 여행을
    하던중 위독 하시다는 소식을 접하였어요.

    어떤 나라의 거리였던가, 태국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밤도 이슥한
    이국 땅, 어수선한 길몫에서 그 친구는 여행을 중단하고 발길을 돌려 귀국을 하여
    야만 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 오르는군요. 그때 친구의 어머니는 돌아 가셨었지요.
    다시 한번 그 분! 친구의 어머님의 명복을 삼가 빌어 드리는 바입니다.

    나도 우리 친정 어머니께서 운명하시던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요.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딸 아이를 데리고 부랴부랴 친정에 달려 갔을 때
    어머니께선 사경을 헤메고 계시던 중이었어요. 내가
    ` 어머니 어머니 `
    하고 부르며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윗옷 속 가슴에 손을 넣어 보았어요.
    이미 몸이 식어 가느라고 그런지 차가워진 젖가슴을 어린아이처럼 어루만져
    보면서 어머니를 연거퍼 불렀어요

    힘 드신 중에,그때 어머니께서 눈을 지긋이 뜨고 힘 없이 나를 쳐다 보시는 것이
    었어요. 그게 어머니께서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신 마지막 다정하신 눈길이었지요.
    평소에 별로 말씀은 많지 않으셨지만. 실천으로 사랑을 보이고 평생에 도량이 넓고
    손이 크셨던 어머니...

    나의 아버지는 아주 자상하신 분이셨습니다.
    나는 커가면서 아버지 어머니께서 우리 삼 남매가 보는 앞에서 크게 부부싸움을
    하시는 것을 한번도 뵌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어쩌다 화가 나 계시면 꾹 참고 계셨지요. 아버지의 화가 갈아
    앉기를 지긋이 기다린 후 약간의 술과 안주를 작은 상에 차려 놓으셨어요.

    아버지와 마주 앉아서 마련된 술과 안주를 권커니 자커니 기우리며 웃으면서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게 된거라든가 하면서 매번 슬기롭게 가정사를 이끌어 가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면  집안은 더욱 화기애애하고 평화로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를 본 받아 남편과 결혼을 해서 같이 살면서 지금까지 아이들
    앞에서 정말 한번도 큰소리로 다투어 본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는 조카벌 된다는 먼 친척 시골 청년을 데려 왔어요.
    6. 25 전쟁이 끝난 직후 시골에서 일할 곳 없어 먹고 살기가 막막한 그를 서울
    우리 집에 데려 와서 무전(無錢)으로 데리고 있었지요. 그 후 취직도 시켜 주셨어요.

    그 시절 모두가 어려워서 배급 받은 수입 안남미 쌀로 밥을 지어 먹던 시절,
    그 당시 한창 장정이었던 그 친척 조카에게 항상 커다란 사기밥그릇 위에 한
    그릇을 더 엎어 놓은 것 같이 고봉으로 담아 주곤 하셨어요.

    어머니 장례식날 장지에서 그 조카가 모든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생전에 후하셨던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그리워하며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였어요. 새삼 생전에 너그러우셨던 어머니의 심성을 모든 친척들이 공감을
    하면서 안타까워했지요.

    그 후로 그 조카는 시골에서 처자를 데려다가 일가를 이루고 우리 집 근처에 살게
    되었어요. 초등학교가 최종 학력이었던 그는 그후 얼마나 노력을 하였던지 그
    당시 철도국에서 제일 신예 디젤엔진 새마을 열차를 운전하며 전국을 누비는
    모범 철도기관사가 되어 우리를 기쁘게 했어요.

    그들은 세 아이를 낳아 키워 그중 어떤 아들은 카이스트 해양학박사가 되고,
    세 아이들을 모두 대학공부를 시키며 이 힘든 인생길을 성공적으로 사는 기틀을
    마련 해 주셨었지요. 지금 같은 세월이라면 그런 일들이 가능했을까요.

    만개했던 꽃도 모두 지고 이제 신록의 계절입니다.
    얼마 후면 어버이의 날이 다가옵니다.
    요순시절 같았던 그 시절 새삼 따뜻하셨던 부모님 품이 그리워집니다.
    아버지, 어머니, 영원히 사랑합니다.

                                              2003년 5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