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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2 14:13

학수 고대하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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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수 고대하는 새                      청초 
 

    우리 아파트 뒤에 탄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개울 양옆으로 새로운 자전거 도로가 생겼다.자전거 도로는 페이브멘트를 쿳숀감이 있는 자주색포장을 덧 입혀서 아주 산뜻하다.

    화분형 세멘트불록 계단에는 패랭이 꽃, 벌개미취 맥문동등 야생화를 심어 놓았다.
    이들이 무성하게 자라나서 꽃을 피웠을 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즐겁다.
    양쪽 길 중간중간에 로맨틱한 둥근 백색 가로등(燈)도 세워 놓아서 산책로가 되기엔
    아주 그만이다.

    자동차가 다니는 큰 도로 다리밑을 관통해서 만든 양편 산책 길가운데에 흐르는
    개울 물소리를 가깝게 들으며 걷노라면 마치 어디 심산유곡 물가에라도 온 것
    처럼 마음 속까지 시원하다.

    탄천 옆으로 펼쳐진 넓은 잔디밭에는 요즈음 하얀 개망초 꽃이 한창  피어 있다.
    흰색 크로바 꽃. 늦게 핀 민들레 꽃도 씨를 잔뜩 이고 바람 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나절이 되니 여기저기 잔디속에 흩어져 크고 있는 쑥들도 잎들을 오무린다.

    해가 서산으로 누엿누엿 넘어 가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서 걷기 운동을 한다.
    젊은이들은 농구도 하고 어린이들은 자전거도 탄다. 곳곳에 있는 간이 의자에 앉아
    담소하는 사람들... 어디 외국영화에서 봄직한 한가로운 풍경이다

    제가끔 생김새가 다른 작고 큰 애완견도 데리고 나와서 같이 뛰면서 운동도 시키고...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붐비는 법이 없다.

    어떤 아주머니가 내 옆으로 지나가면서 느닷없이
    "아니 개를 데리고 나오면 비닐봉지를 꼭 들고 나와야지. 자기야 좋아하는 애완견
    이지만 그 개똥은 누가 밟으라고 원..."
    하고 나를 보고 맞장구라도 쳐 달라는 듯 울분을 토하고 지나 간다.
    맞는 말이다. 개중에는 그걸 해결 하려고 데리고 나오는 것 같게 보이기도 한다.

    언젠가 T.V. 에서 보니 프랑스에서도 그 犬便 때문에 난리다. 그 나라 사람들은
    아주 큰 개들을 키워서 실례 해 놓은 견변의 量도 많아서 작은 山만 하다.
    그 나라 어떤 사람은 그 무데기 마다  작은 프랑스 국기를 꽂고 다니는 걸 본적이 있다. 나라마다 이 때문에 골치 거리인 것 같다.

    비가 온후라서 물이 맑게 흐르니 아주 짧은 대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
    다. 아예 냇가 옆 길위에 넓직한 돗자리를 깔고 과일이니 과자류를 가지고 와서
    가족과 함께 앉아서 피크닉 기분까지 내고 있다.

    차들이 다니기에는 약하고 사람만을 위하여 낮게 걸쳐서 약간 둥글려서 오작교
    처럼 만든 다리가 있다. 바닥을 요철이 된 나무 송판으로 깔아 놓았다. 걷는데
    쿳숀감도 좋지만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내는 울림 소리가
    "우두두둑" 나무 소리라 아주 경쾌하고 기분이 좋다.

    운이 좋은 날에는 다리 가운데에 서서 그 때 마침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팔뚝만한
    크기의 잉어들을 보는 것도 빼 놓을수 없는 운치다.
    봄이면 산란을 하느라 떼를 지어 몰려 다니면서 펄떡펄떡 설쳐대는 붕어무리를
    보는 것도 아주 좋은 구경꺼리다.

    오늘도 나가보니 월척만한 붕어들이 제 힘에 겨워 펄떡뛰어 올랐다가 철썩 물속
    으로 갈아 앉으니 물 파장이 일면서 크고 둥근 원형의 물결이 넓게 넓게 퍼져나간다.

    처음에 이사와서 장마 때에 보니 사람들이 허리에 긴끈을 매어서 한쪽 끝은 개울가
    나무에 매어 놓고 세차게 흘러가는 흙탕물 속에 들어가서 잉어를 잡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보았었다. 이제 그런 광경은 볼수가 없다.

    근처에 오리를 키우는 인가는 없는데 어디서 날아 왔는지 갈색 오리一家가 아빠
    오리 엄마오리 어린오리 여섯마리해서 여덟마리가  물풀 속을 주둥이로 꾹꾹 뒤져
    먹이를 찾으면서 유유히 떠 다니고 있다. 아침이면 우루루 풀숲에서 나오더란다,

    아이들은 자전거, 씽씽카도 타고있다. 어떤 어린아이는 발에는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헬멭을 쓰고 무릎 보호대를 양 무릎에 댔다. 양 팔굼치 보호대까지 대고
    마치 아이스학키 운동선수 모양으로 중무장을 해놓으니 가녀린 몸에 허우적
    허우적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은 비실비실 옆으로 넘어져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 엄마 나는 못 가겠다" 하고 저 만치 앞서 간 엄마를 부른다.
    차림이 마치 만화 주인공 (로보트 태권 V ) 같다.

    그 차림새를 차리고, 여기에 나오려면은 엄마하고 저녁 내내 얼마나 수선을 떨었을까...
    생각하니 딱한데도 그냥 웃음이 나온다.

    맑은 물이 흐르니 어찌알고 왔는지 크고 작은 하얀새들이 날아와서 모여든다.
    어떤 새는 고기를 잡으려는건지, 무얼 기다리는건지 목을 길게 빼고는
    멀뚱멀뚱 사방을 끼웃끼웃 진짜 학수고대를 하고 서서 있다.
    학수고대(鶴首苦待)라는 말이 이런 새를 두고 일컬은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하얗고 자그마한 새는 해오라기인지,한쪽 발은 물속에 뻐티고 섰고
    다른 발로 연신 물속을 이리저리 잽싸게 쿡쿡 찌르면서 휘저어 댄다.
    혹시 물속 돌틈이나 물풀 속에 숨은 고기를 놀래켜서 달아나면 잽싸게 낚아
    채어서 잡아 먹는 모양이다. 그  광경이 깜찍하다.

    어떤 새는 물이 흘러가다 떨어지는 여울 목을 지켜서 한참을 노려보다 고기를
    낚는다. 방법도 제 나름대로 전부 다르다.

    저녘무렵 석양이 누엿누엿 지면 새들도 잠을 자러 가는지 어디론가 제가끔 훨훨
    날아간다. 가까운 산으로 찾아가는 건지, 풀숲으로 가는지 긍금하다.

    캄캄한 밤이 되면 창마다 불을 켠 아파트의 긴 그림자와 가로등의 불빛이 담수 해
    놓은 잔잔한 수면에 비치는 야경...
    산책로 위쪽 큰 길변 상가들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을 보면 이곳이 라스베가스
    같기도 하고...

    탄천을 따라서 물 길위에 길게길게 비추인 총천연색의  여러가지  화려한 불 빛과
    명멸(明滅)하는 네온싸인을 보노라면 여기가 센프란시스코港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물속의 야경이 너무나 현란하고 아름답다.

                                                    2003년 6월














    (참고)
    *씽씽카는 한쪽 발만 올려놓고 앞쪽에 뻔쩍뻔쩍 불빛을 내면서 달리는
       아이들의   놀이기구...
    *새들의 생태는 하도 신기해서 일부러 앉아서 한참을 관찰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