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지치기 / 조인선 -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생각이 길면 일이 안 된다
가위와 톱을 들고 한 바퀴 돌아보고
큰 가지를 잘라낸다 지난해
바람에 찢어진 가지가 말라 있다
너무 가까워도 볼 수가 없어
꽃눈이 온 자리의 간격을 확인하고
웃자란 곁가지와 잔가지를 쳐낸다
빛은 어느 곳이든 드나들 수 있지만
바람이 통하는 공간 확보도 중요하다
돌아보니 마음을 비운다고
밑둥까지 자를 순 없지 않은가
사랑한다고 꽃눈마다 열매 달 수도 없다
달콤한 열매 하나 제대로 먹으려면
거름부터 주어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내 마음에 나무 한 그루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