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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1 20:42

꽃 모종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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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초)              

            
    꽃 모종 나누기                   청초   이용분


    초등학교 교정을 지나며 보니 여선생님의 씩씩한 구령에 맞추어 낮은 학년의
    한 클라스 어린이들이 운동장에서 무슨 운동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구기운동인것 같은 데 남여 구별이 없다.

    이제 아이들이 하도 귀해서 기념품이라 하더니 어느 드라마에서 천연 기념물이라고
    일컫는 소리를 들었다. 따는 집집마다 아이가 하나씩이니 멸종위기에 처할까 봐
    전전궁궁하는 천연기념물에 비겨도 손색이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느닷없이 비가 오는 날이나 T.V.에서 아이들 유괴사건이 일어 났다는 날에 보면
    학교 교문 앞에 장이 선듯 젊은 엄마들이 웅기중기 많이도 모여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어린시절에는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오는 부모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가히 귀한 아이들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에 가려먼 반드시 이 초등학교를 지나야만 되는 길이라 자연 이 학교주변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지난 봄 학교 담장에 피었던 하얀 찔레 꽃은 다 지고
    붉은 넝쿨 장미도 이제 한풀이 갔다.

    요사히는 학교 현관 입구에 올망졸망한 화분 속에 종류도 다양한 꽃들이 서로
    시세움을 하듯이 피어 있다. 내가 알만한 꽃은 사랑초. 아이비.아직 안핀 봉선화
    꽃나무. 페추니아 뿐 낯선 이름의 좀비비추. 아기 송영죽,등 그 이외에는 꽃들은
    모두 외래종인지 이름들을 듣고도 잊어 버렸다. 학교에 사왔던 화분이니 모두
    예쁜 꽃이었겠지...

    누가 관리를 하나 하고 아마도 학교 수위가 하겠지... 하고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이 학교는 어린이들을 위해 네모나고 검붉은 프라스틱통에  여름이면
    물이 찰랑찰랑하게 벼 모종을 심어 놓기도 하고  멀리 진천군청에서 목화씨를
    구해다 심어 놓았다는 걸 보아 왔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학교 3층 꼭대기에 줄을
    높게 매달고 연보라색 꽃이 피고 보라색 콩이 여는 넝쿨 콩을 심기도 했다.
    나는 종종 그 수위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열심이던 키가 크고 충직한 그
    수위는 이제 이학교에 근무하지를 않는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나던 길에 어제는 피어 있는 이 꽃들을 감상을 하다가 카메라를 마침 가지고
    있기에 유난히 고운 꽃을 몇개 골라 찍었다.
    밤에 사진을 살펴 보니 그 중에 유난히 진분홍색 사랑초 꽃이 곱게 나왔다.
    화분 한가운데 끼어 있어서 눈에 거스리는 화분은 빼야겠구나 하고 다시 오늘
    그 곳엘 찾아갔다.

    어떻게 찍어야 멋지게 나올까? 하고 꽃에 카메라 렌즈를 가까이 대고 열중 해
    있을 때였다.
    “꽃을 찍으세요?” 하고 중년의 한 아주머니가 웃으며 다가 오는 게 아닌가.
    차림 새 부터 외모가 하도 수수하여 지나가는 행인이려니 했더니 풍기는 풍모가
    아무래도 교장선생님이 아닐가 하고 직감이 가는 것이었다.
    " 혹씨 교장 선생님 되세요?^^“ 하고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하고 그녀는 대답을 한다.
    “하두 꽃이 예쁘게 피었기에 인터넷에 올리려고 이렇게 허락도 안 받고 찍고 있습니다.”
    “예 그러세요. 학교 교실에서 죽어서 버리는 화분을 걷우고, 어떤 것은 학부형님
    집에서 얻고 했습니다.“
    부임한지 1년 반이 되었다는 데 전근 올때 이삿짐에 꽃도 함께 가지고 왔나 보다.

    ‘아이들이 지나 다니는 길에 이 꽃들을 보면서 꽃도 사랑하게 되고 감정 순화도
    되게 하고 싶어서 이렇게 키우고 있습니다.“
    “옳으신 말씀이에요.아이들이 주거 환경도 아파트인데다  계속 과외 공부해야지
    틈만 나면 하느니 컴퓨터게임이니 언제 정서 함양을 하겠어요.“
    나는 마음속으로 너무나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여러모로 어린이
    들을 생각하는 교장 선생님이 계시니 젊은 선생님들도 꼼짝 못하고 따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여기 있는 꽃들이 산것이  아니고  모두 그런식으로 모았다는 그 알뜰 함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원래 꽃은 사는게 아니고 이런 식으로 구해서 키워야 참 맛이 나는 것인데...)
    이제사 진정 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만났구나...
    금새 백년 지기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원래는 꽃씨를 뿌리고 싹이 돋는 걸 보고
    물을 주어 키워 비오는 날 모종을 옮겨 심기를 하며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꽃을
    볼수 있었다.

    대부분의 요즘 어린이가 이런 아주 원초적안 원리가 생략 된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이든지 즉석에서 된 훼스트 음식을 사먹기 일수고 만들어 놓은 기성복을 사
    입는다. 기다리는 느긋함은 어디에도 찾아 볼수 없고 어렵고 힘든 과정이 생략된
    초고속시대다.그래서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우리 모두는 조급증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너무 빠르게 해서 얻어지는 궁극적인 효과는 과연 무엇일까는 미지수이다.
    차차 조금씩 느리게 하는 게 좋다는 그런 사조가 선호 되기 시작 했다.

    이렇게 씨를 뿌리고 가꾸는 마음을 어렸을때 부터 심어 주는게 얼마니 중요한
    교육인가. 한 때는 서로 자기 집에 있는 꽃모종을 나누면서 이웃간의 우의도 다지며
    친하게 지냈다. 요즈음은 힘들여 키우기 보다는 당장 눈앞의 전시 효과만을 생각
    하고 그냥 피어 있는 꽃을 사 놓고 보는 게 너무나 일반화 되어 버린 세상이 되었다.

    “ 우리 집에도 이런 꽃이 있는데 이 분홍색 사랑초 꽃은 우리 꽃보다 더 색상이
    예쁘네요”
    했더니 얼른 화초삽을 들고 와서 한삽을 푹 떠주는 게 아닌가.
    “우리 집에는 흰색 꽃과 아주 연분홍색 꽃이 있는데 사시사철 쉬지도 않고  피어
    나지요. 그럼 저도 그 꽃을 조금 드리겠습니다. "

    지금 바로 주고 싶은 데 누구라도 심부름 할 사람을 따라오게 해 달라고 했다.
    그 선생님은 나중에 틈이 났을 때 천천이 갖다 주면 된다고 한다.
    지나는 말로 건성 대답을 하고 내가 바빠서 잊어 버리면 하릴없이 실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우리 집 흰색 꽃과 연 분홍색 꽃을 갖어다
    주었다.

    얻어 온 분홍색 꽃을 집에 와서 보니 집에 있던 꽃과 똑 같은 색의 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어째서 남의 손에 든 떡이 더 커 보이고 똑같은 색깔의
    그 꽃이 더 예뻐 보이는 걸까...
    나도 모르게 어이 없는 웃음이 절로 피어 나오는 것이었다.
      
                                                     09년 6월 11일

    (요지음 학교교정을 지나다 보면 그 많던 화분도 네모난 상자에 심긴 모판도
    더 이상 볼수가 없다. 아마도 그 여자 교장선생님이 전근을 간 모양이다.

    그 전에 그랫듯이 모든 화분들을 가지고 전근을 간 모양이다. 섭섭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여러가지 꽃을 공부할 기회가 없어진 셈이다.)

                                                         2013년 6월 21일




                       (넝쿨콩 꽃)



          (오늘날도 교문앞에서 기다리는 어머니들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