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꿈...김용택
나는 나를 눈멀게 한
한 남자를 만나
그 남자와 손을 잡고
가고 싶은 데 마음대로 가고
머물고 싶은 데 마음대로 머물고 싶었네
그 남자에게서
눈 떼지 않고
살고 싶었네
대문 없는 집에
살고 싶었네
마당 귀퉁이에 채마밭이
있으면 더욱 좋고
어느 날 마당을 쓸고
마루에 앉아 강을 보다가
앞산 뒷산을 보다가
내 사는 집을 둘러보니
대문이 없었네
대문 없는 집이
가난한 집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네
살다가, 살아가다가
쉬고 싶으면
혼자 찾아가 하룻밤을 지낼
절간이 있었으면 했네
그 절간 뒤안에
밤새 눈이 퍼붓고
달이 밝으면
새가 울겠지
그 새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었네
어느 날, 어느 절간에
나 깊이 잠들어 있었네
산이 나를 가져갔네
그 남자, 내 남자가
나를 가져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