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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세월의 덧 없슴이여 !             청초
                    
                                                    
      그냥 물 흐르듯이 흐르는
      시간의 조각들이 모여서
      한 세월을 만든다.

      새해 아침 동해에서 불끈 떠오르던 해,
      지난 섣달 그믐날 불그레하게 노을을 남긴 채
      처연하게 서산으로 지던 해.

      나를 낳아 주고
      그토록 사랑 해 주며 키워 주신 후
      어느 날 속절없이 떠나 버리신 사랑하던 나의 부모님,

      오랜 만에 우연히 만난
      나를 아는 사람의 늙은 모습.
      모르는 사이 커 가는 아이들,

      피는 듯 하더니
      어느 새 지는 꽃,
      끝 모르게 흐르는 물,

      한 여름날 끝을 모르게 푸르고 높던 하늘,
      육칠월에 피어 오르던 뭉게 구름.
      그리고 떠서 어디론가 흘러 가버린 구름.

      헤어진 친구들...
      잠시라도 못보면 그토록 연연 해 하던...
      앞 뒷집 살던 친구.

      살기에 급급하다고
      그간 보지 못한
      그 친했던 친구들...

      책꽂이에 꽂힌 채 누렇게 색이 변한 책들.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물건을 싸두었던 신문지.

      그 당시에는 상당히 심각했던
      온갖 지난 사건들이 실려 있는
      한참 날자 지난 누런 신문지.

      아, 세월의 덧 없슴이여 !

      이 모든 것들이
      모질게 흐르는 세월에 실려
      서로를 잊은 채 떠밀려 간다.

      다시 돌아오지 못 할
      영원한 세계로 떠나 버린
      나의 젊은 날의 소중한 조각들이여 ...

      그러나
      이 봄
      나는 지난 해에 받아 두었던

      분꽃씨와 봉선화씨를
      앞 마당
      한편에 심어 보리라.

      오는 날들을 오래오래
      마음 속에
      붙들어 두기 위하여...

                                      05년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