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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물 흐르듯이 흐르는 시간의 조각들이 모여서 한 세월을 만든다. 새해 아침 동해에서 불끈 떠오르던 해, 지난 섣달 그믐날 불그레하게 노을을 남긴 채 처연하게 서산으로 지던 해. 나를 낳아 주고 그토록 사랑 해 주며 키워 주신 후 어느 날 속절없이 떠나 버리신 사랑하던 나의 부모님, 오랜 만에 우연히 만난 나를 아는 사람의 늙은 모습. 모르는 사이 커 가는 아이들, 피는 듯 하더니 어느 새 지는 꽃, 끝 모르게 흐르는 물, 한 여름날 끝을 모르게 푸르고 높던 하늘, 육칠월에 피어 오르던 뭉게 구름. 그리고 떠서 어디론가 흘러 가버린 구름. 헤어진 친구들... 잠시라도 못보면 그토록 연연 해 하던... 앞 뒷집 살던 친구. 살기에 급급하다고 그간 보지 못한 그 친했던 친구들... 책꽂이에 꽂힌 채 누렇게 색이 변한 책들.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물건을 싸두었던 신문지. 그 당시에는 상당히 심각했던 온갖 지난 사건들이 실려 있는 한참 날자 지난 누런 신문지. 아, 세월의 덧 없슴이여 ! 이 모든 것들이 모질게 흐르는 세월에 실려 서로를 잊은 채 떠밀려 간다. 다시 돌아오지 못 할 영원한 세계로 떠나 버린 나의 젊은 날의 소중한 조각들이여 ... 그러나 이 봄 나는 지난 해에 받아 두었던 분꽃씨와 봉선화씨를 앞 마당 한편에 심어 보리라. 오는 날들을 오래오래 마음 속에 붙들어 두기 위하여... 05년 8월 23일 |

2013.08.08 23:07
아! 세월의 덧 없슴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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