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흐른다 / 虗天 주응규" -
일상(日常)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쉼 없이 돌아가는 삶에
알 듯 말 듯한 무언가가
속절없이 훑어 내리면
헤아릴 길 없는 의미들이
안개처럼 자욱이 피어나
앞을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삶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맺은 인연(因緣)들을
떠나보내야 하고 맞아들이는
운명의 갈림길에는
무수한 사연으로 북적입니다
너나없이
영원을 꿈꾸지만 바램일 뿐
生의 시발역에서
死의 종착역을 향해 놓인
레일 위를 힘겹게 달리고 있습니다
세분되어 굴러가는 삶에는
연습도 정답도 없습니다
숨 돌릴 겨를없이 온몸 다해
달려온 지난 시절들은 침묵합니다
인생은 긴 듯싶지만
지나고 보면 찰나에 불과합니다
아쉬움에 공연히 푸념해보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며
발버둥을 쳐 보지만 아무런 반응 없이
삶은 덧없는 세월에 업혀
묵묵히 흐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