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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01:00

변해 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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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해 가는 것들...                      청초

큰 아들아이가 한 여름인데 바빠서 별난 곳에 휴가도 한번 못 모셔간다 하면서 하루 틈을 내서 우리를 제 승용차에 태우고서 이곳저곳 발 가는 대로... 

에어콘이 시원하게 나오는 찻속에 남편과 뒷좌석에 앉아서 운전 중에도 틈틈이 대화에 끼어 들어 실렁실렁 정담을 거들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아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는 드라이브도 아주 즐겁다.

새로 생긴 강변로, 한참 전에 생겼지만 우리로선 초행길인 당인리 발전소 옆에 강위에 걸쳐서 한남대교 저 멀리 까지 이어진 길로 달려보니 빠져 나가는 길도 새롭게 조성되어 낯이 선 우린 모두 목을 길게 빼고 두리번거리게 된다.

한강 물위에 떠 있는 밤섬 짙푸른 녹음 속에 봄이면 둥지를 트는 여러 종류의 새들하며 철새 오리들이 지금은 제가끔 자맥질을 하기도 하면서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광경을 보니 새삼스럽게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정말로 아름답다.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본 아름답다고 일컫는 세느강이라던가 소련 모스크바 중앙부를 관통하는 강이라던가 에짚트의 나일강등은 한강에 비유 할 바가 못된다.

  그래도 꼽으라면 그중에 독일의 라인강이 기억이 난다. 로렐라이 언덕이 있고 곳곳에 그림같이 예쁜 성들이 강 위에 떠있고 강변을 따라서 축성된 아름다운 마을들과 갈파른 산 꼭대기에 있는 그림 같은 고성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우리는 한참 전인,십여 전에 자주 다녔던 삼각지 곰탕 음식점에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전후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었지만 그 곳은 그 당시만 해도 6.25 전쟁이 끝난 후 흔하게 굴러 다니는 드럼통을 뒤집어서 세워 만든 식탁에 앉아서...
밤새도록 푹 고운 곰국에 곱게 썬 파와 들깻 가루를 잔뜩 뿌리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밥을 말아서 뜨거울 때 새콤달콤한 깍두기를 어석어석 씹어서 먹는 그 곰탕 맛이란 가히 환상적이었는데...  

거기에다 드럼통이 주는 전후 배고프고 긴박했던 분위기가 그 곰탕 맛을 한층 더 입맛이 나게 돋궈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그 어수룩하고 덜 세련되고 조금은 전후 절박 했던 시절의 향수가 풍기는 그 분위기가 좋아서 따분하고 지루할 때 또는 별다르게 갈 곳이 없을 때 우리는 종종 그렇게 그곳을 찾아 갔다. 그곳 여종업원과도 얼굴이 꽤 익숙해 졌었다.  

이따금씩 그곳에서 상당히 잘 알려진 꼬장꼬장하게 여윈 어느 대학 민속 언어학자 서정범교수와 또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오래전 돌아가신 시인이 아버지고 역시 시인 인 박동규교수, 또 왕년에 유명했던 남성그릅 쟈니부라더스의 일원이었던 이제는 백발이 성성하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김준을 우연찮게 자주 마주치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아. 저런 분들도 이런 분위기와 음식을 즐기는구나 하고 내심 쾌재를 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보고는 너무 실망을 하고 말았다. 우리가 앉아서 먹기를 원하던 자리는 연극 무대 장치 모양 그 자리에 스테인레스 통으로 대강 비슷하게 개조를 해서는 그냥 비워놓고 있는 게 너무나 생경하다. 하는 수 없지 어찌 할까나...  
그곳이 덥다고 하며 손님들은 이층으로 올라가라고 하기에 올라가 보니 넓기는 하나 분위기가 아주 싸구려 시장터 음식점 모양으로 개조 되어 있다. 드럼통 식탁을 좋아하던 손님들이니 모두 싸구려 분위기를 좋아 하리라고 착각을 했나...?
요새는 보통 음식점 분위기도 대강 상당한 수준으로 잘 꾸미고 있어서 우리가 거의 사회적으로 빈곤함을 못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실제 이집 음식 값도 결코 만만치는 않아 아주 실망스럽다. 우리는 음식 맛이 싹 가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또 계속 찾아오는 많은 손님을 수용하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우리 처럼 향수를 가지고 찾아가는 사람들은 무척 안타까워 할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어차피 변하게 되어있고 또 그래야만 발전도 있을 수 있다. 어디 변하는 게 이곳뿐이랴 !! 자고 나면 온통 변하는 게 세상살이인 것을...  

고집스럽게 옛것에 집착을 하는 것도 쓸데없는 아집이라는 걸 차차 세상이 나에게 일깨워 줌을 알게 된다.
                                                04년 8월 10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