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당기소서 /  천양희

49세에 (늑대와 함께 춤을) 써서
작가가 된 마이클 블레이크와
보길도에 귀양갔다 65세에 <어부사시사>를 쓴
고산 윤선도와
일생동안 한 번도 여자를 못 보고 82세에 죽은 수도승
미하일 톨로토스와
죽을 때, 가슴을 가시에 찔리면서
일생에 단 한 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원시림의 높은 가지 위를 날면서
지상에는 내려오지 않는 모르포나비와
아침이슬만 먹고 사는 부전나비와
백마강 고란사에서만 사는 고란초와
평지에선 살지 않고
바위 위에서만 사는 기린초와
진실로 우리는 그림밖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동생 태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 고흐와
병에 걸린 것을 깨닫지 못하는 문명사회에서, 자기가
환자임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 <<아웃사이더>>를 쓴
클린 월슨과 눈이 두 개 귀도 두 개인데
입이 하나밖에 없는 것은
두 개를 보고 두 개를 듣고
말은 하나만 하라는 것이며
하나를 말하기 위해선
둘을 보고 들어야 한다는 간디와
어머니와 정의 중에서 선택하라면
나는 어머니를 선택할 것이라던 카뮈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네
신이여, 부러지도록 나를 당기소서
다시 부러지도록 힘껏 당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