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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1 18:02

시 월 - 황 동규

조회 수 540 추천 수 8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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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월 -  황 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부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뒤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Claude Choe - Faint Me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