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여의도 안과에 가는 길이다. 지하철 안은 초만원이다. 경노석에 앉은 바로 내 앞에 아주 젊지는 않지만 출근을 하는듯한 여인이 서서가게 되었다. 손에 커피가 든 캔을 들고 있다. 그 캔 구멍은 내가 앉은 바로 코 높이 앞에 빠끔이 열린채 있다. 마침 일기가 쌀쌀하여 나는 지난 봄에 새로 산 누비진 얇은 새옷을 입고 있었다. 이리저리 쏠리는 만원 차중에 어쩌자고 저런 음료 캔을 들고 있는걸까... 혹시 누가 밀치거나 까닥 노치면 커피가 넘쳐 내 새 옷에 쏟아 질판이다. 헌옷이라면 빨면 되겠지만 새 옷이라 처음에는 크리닝을 하라 했다. 차중에 음료를 가지고 타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읽은듯도 한데... 이런 경우를 대비해선가 보다. 출근 시간이 임박하니 사람에 밀려 그녀는 점점 나에게로 기운다. 커피캔도 나에게 더욱 가까이 열려있다. 금박이라도 쏟아질 듯 어쩐다지... 따로 가지고 가던 헌겁 보조가방으로 나는 방어하듯 내 무릎 옷위를 덮었다. 보아하니 그 여인이 들고 있는 핸드백이 쟈크를 잠그지 않은 채 입이 열려있다. 자기 가방 안에 캔을 좀 넣으라고 말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 여인은 건성 검지와 엄지사이에 아주 가볍게 들고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무심히 서서 가고 있다. 남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마침 많은 사람이 오르 내리는 환승역이다. 그러자 그 여인이 내릴 모양이다. 길것만 같던 순간 내 앞을 흘쩍 떠나 가 버렸다, 그 캔은 자기 핸드백 속에 가볍게 넣어 가면서... 내가 그렇게도 바라던 대로... 2013.10.25 |

2013.10.27 15:38
내가 바라던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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