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 깊어 우리 집 앞발코니 초대형 큰 창을 통해 펼쳐진 앞산의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앞쪽 아파트 조붓한 동간 사이로 보이는 가을의 풍경, 해마다 보아온 경치이지만 오늘 따라 유난히 아름답다. 뒤 곁 창에서 보이는 풍경은 더 할 나위 없이 좋지만 이미 낙엽이 져서 마치 머리숱이 다 빠져 버린 사람의 머리처럼 성글다. 얼마 전 보았을 때만 해도 가을 단풍이 절정을 구가 하는듯 하더니... 우리의 인생사도 이러하지 아니한가. 얼마 전 올렸던 야생오리들 그후 이야기를 하려한다. 그들은 아마도 원래는 다른 나라에서 날아온 기러기 떼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살게 되면서 올해 따라 유난히 번식한것 같다. 그간 탄천 물맑기 정화 운동의 여파인지 물속에 제법 큰 고기떼들도 수없이 도망을 다닌다. 그 덕에 이제는 어미도 새끼도 구분없이 모두 같은 크기다. 개천변에 야간 가로등이 켜져 있어 잠도 안자고 밤낮없이‘꿱꿱꿱’거리며 시끄럽게 군다. 몇 번에 걸쳐 자세히 관찰 하며 보니 그들도 한 무리인 듯하면서도 따로따로이다. 어떤 녀석은 머리모양이 이상하게 생기고 얼굴색도 해병대의 얼굴에 야간 얼룩무늬 칠을 한 모양 얼룩덜룩 하다. 이런 류의 오리는 카나다 기러기 같기도 한데 아무튼 이들은 몇 마리가 따로 떨어져서 논다. 아무래도 왕따를 당한 것 같다. 한옆에서 눈치를 보면서 저만치 떨어져서 따라다닌다. 그들의 세계에서도 왕따가 있는 모양이다. 이들은 어찌도 먹성이 왕성한지 개천 변 연한 풀밭에 들어가 제 양껏 연한 풀을 뜯어먹는다. 물속에 오가는 제법 큰 송사리 떼들을 잡아먹고 사니 점점 몸집이 커져서 마치 칠면조처럼 아주 큰 대형 오리가 되어 뒤뚱뒤뚱 잘 걷지도 못한다. 이 오리 떼들이 거쳐 간곳이면 풀밭이 짓이겨지고 맨바닥이 들어나 오리마당이 되어버린다. 지나가는 말로 “저것 한 마리만 잡아도 정말 푸짐 하겠구나“하고 말들은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오리를 잡아가지는 않는다. 언제인가 다리 건너 우리와 마주 보이는 냇가쪽 아파트에 산다는 어느 할머니와 우연히 그 오리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자기 집 앞 아래 개천에는 오리가 아주 많이 사는데 그 오리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다“ 고 말을 한다. 내가 짐짓 ”그 오리 우리 오리잖아요.“ 했더니 아주 반색을 하며 "그러세요?^^“ 한다. 내가 ㅎㅎㅎ 웃으며 "그 애들이 매일 우리 집 아래서 놀고 우짖으며 사니 우리 오리지요^^.” 하며 웃었다. 그 할머니가 보니 어느 날 하얀 오리 한마리가 죽어서 개천 변에 묻어 주는걸 보았단다. 저 애들이 노상 건강하고 팔팔한가 하였더니 순간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들은 몸집도 너무 커지고 둔해져서 고향으로 날아 가기는 애저녁에 틀렸다. 이제 차차 날씨가 추워지고 겨울이 오면 개천 바닥이 꽁꽁 얼어 그 흔한 풀도 슬어져 버리고 송사리는 모두 어름속으로 숨어 버릴 텐데 그 혹독한 겨울을 어찌 지낼까... 온 우주 세상만사가 성하면 쇠하게 마련인것을 ... 우리 집 김장 걱정에 추운 겨울 나기 근심은 저만치 접어두고 그들 생각에 공연히 마음이 쓸쓸해지고 걱정이 앞선다. 멋도 모르고 오늘도 활개를 치며 웅성거리며 사는 자연속의 그들의 삶이 불쌍하기 조차하다. 요즘은 이런 자연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시절이니 시에서 거두어 먹이를 주며 관리 하겠지...하고 공연한 걱정을 접는다. 2013.11.11 |

2013.11.18 14:06
겨울 만난 야생 오리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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