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이 가기 전에 / 허후남"-
세상의 잎 다 지는 계절이어도
그대 가까이 다가서서
흩날리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겠네
눈치도 없이 속만 태우다
가까스로 목숨 부지하는
분별력 없는
마지막 잎새도 되지 말아야겠네
모르게 아주 져 버리든지
바스락대는 울림은 꼭꼭 숨겨나 두든지
끝끝내 지키지 못하는 한 생애의
부질없는 약속이여!
돌이켜보면
내게 있어 당신이
초록으로 눈부셨던 적 그래도 많았더라
그 넘치는 눈부심 때문에
서둘러 나 혼자 단풍 든 날도 있었네
완전한 숲으로
배겨나지 못할 바에는
강이나 하나 우리 사이에 둘 것이지
그 흐르는 물결에 이마 짚는
바람이나 될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