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변변한 가을 이야기도 한편 못 썼는데 계절은 어느 덧 겨울로 치닫는다. 이해도 저물려 하고 있다. 길가 화단에 핀 작은 황국이 제대로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시들어 가고있다. 여자들이 매일 밥반찬을 만드는 일은 여간 힘들고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주 큰 즐거움이고 그걸 먹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제절로 신이 난다고 한다. 그도 한창 아이들을 키우며 먹세가 좋았던 시절 이야기지 요즘은 음식만들기가 고역이라 부엌에 안 들어가도 되는 시니어 하우스로 이사를 가는 게 늙마에 여자들의 로망이 되었다. 내가 주부생활을 한지도 오십 여년이 넘었다. 신혼시절이었던 이십대에는 파와 마늘 냄새가 싫어 콩나물국에 이를 넣지 않고 끓였다. 멋도 모르는 새신랑은 맛도 모르고 잘도 먹어 주었다. 파와 마늘은 음식의 맛도 일구지만 어느 음식에나 이게 안 들어가면 맛이 없어 거의 음식의 주재료나 맞먹는 아주 중요한 재료라는 걸 깨달은 게 별로 오래 되지 않았다. 요즘에 와서는 별 건데기도 안되는 조미료 역할만을 하는 파 한단값이 너무 비싸면 살까 말까 고민을 하면서도 꼭 사게 되었다. 마늘도 아무리 비싸더라도 제철에 사서 믹서에 갈아서 냉동칸에 저장하여 음식을 만들 때마다 조금씩 넣게 되었다. 마침 그것들이 건강에도 아주 좋다는 평이 나면서 부터 비롯되기도 했다.요즘은 온 세계가 글러벌화 국제화가 되다보니 음식도 가지가지 종류를 헤아리기가 어려운 먹거리들을 만나게 되었다. 12월에 들어서면서 모임이 잦다 보니 평소에는 잘 안하던 호텔 외식을 자주하게 되었다. 게다가 요즘은 가족모임도 외식을 하니 온통 육류에 기름에 튀긴 음식을 먹게 된다. 흔히 고기로 양치질을 하며 산다면 부자가 되어 아주 잘 사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긴 하지만 이도 괴로운 일이다. 말부터 낯이 선 퓨전음식이 어떠니 하고 말들을 하는 데 일상적인 한국음식에 실증이 난 우리들이 호기심으로 한두번 건너다보는 음식이지 노상 먹으라면 좀 망서릴 일이다. T.V.에서 사찰 음식이라고 소개 하는 걸 보니 절간 마당에서 뽑은 무의 청을 삶아서 된장과 들기름만으로 조몰조몰 무쳐서 접시에 담아낸다. 바로 그 무청을 쌀뜨물에 넣어서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그도 아주 깔끔하고 담백한 음식이라 장을 정화 시킬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느 시골 사람의 밥상을 보니 그냥 우거지 된장국에 나물 둬가지 잘 해야 간 고등어 구이를 올려놓은 소박한 밥상이 요즘 기름기에 절은 음식을 먹은 나에게 구미를 당기게 한다.정답은 어디 먼데서 찾을 일이 아니라 옛날 우리 어머니가 해 주시던 바로 그 음식이 정도(正道)이다. 그 시절에는 고기도 일년에 두세 번, 누구 생일날이거나 명절날 이라야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별 탈 없이 키도 크고 건강했던 걸 보면 그 시절 음식이 바로 웰빙음식이 아니었던가 싶다. 요즘의 그 흔한 닭튀김이라니... 예전에는 집 마당에 보통 닭을 몇 마리 키우기는 예삿일이었다. 누구라도 손님이 오시는 날이면 날 살려라 도망치는 큰 닭을 한 마리 잡아서 물 한 솥에 풍덩 담구어 끓이면 기껏 해야 살코기 서너 점이 내 차지다. 닭의 간이나 콩팥 모래주머니, 정갈하게 받은 닭의 피, 잘 손질한 닭똥집 발톱을 벗긴 발바닥까지 넣어 끓여서 그랬는지 그 국이 유난히 맛이 좋았다. 지금의 닭고기 국맛은 그때의 그 맛이 아니다. 오다가다 길거리에서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느라 머리를 까딱 거리면서 열심히 날며 걸며 다니는걸 보게 된다. 박복하게도 이들은 너무 번식을 잘 하여 당국자들이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한 조류다. 운이 좋은 날이면 어쩌다 길거리에 쏟아진 곡식 낟알들이나 과자 부스러기라도 만나겠지만 거의 길거리에서 먹이를 얻기란 어렵다. 그들은 너무 먹이를 많이 먹으면 날기도 힘들고 움직이기도 어려우니 지금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며 먹이를 찾아야만 될 운명이다. 우리 사람의 경우도 정도껏 풍요러웠더라면 아주 건강했을 터인데... 나라 경제사정이 좋아지면서 통으로 구운 닭을 먹는 건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였다. 그걸 한 솥 물에 집어 넣고 펄펄 끓여서 온 식구가 함께 먹어야만 될 것 같은 죄책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음식이 넘쳐 나 버려지는 음식찌꺼기도 나라에 큰 골치 거리가 되고 온 국민이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는 결과에 이르렀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 채식을 하며 사이사이 고기는 조금씩 먹는 식습관을 되찾아야 될 것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2013.12.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