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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9 18:00

설 일(雪日)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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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일(雪日)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김남조 시집>(1967)-



      연하장 / 김남조

      설날 첫 햇살에
      펴 보세요
      잊음으로 흐르는
      망각의 강물에서
      옥돌 하나 정 하나 골똘히 길어내는
      이런 마음씨로 봐 주세요
      연하장,
      먹으로써도
      彩色(채색)으로 무늬 놓는
      편지
      온갖 화해와
      함께 늙는 회포에
      손을 쪼이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이
      목례만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