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된 날자에 맞추어 남편과 나는 여의도 종합병원 안과에 갔다. 백내장 눈수술을 한지 두어달이 되기도 했지만 원래 3개월마다 책크하러 정기적으로 병원에 간다. 시력검사, 안저검사, 안경검사등 환자가 많은데다 두 사람이 함께 동시에 하려니 기다리며 자연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집도의사(執刀醫師)가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는 말을 듣는 동시에 마침내 오늘의 안과진료를 마쳤다. 아침에 집에서 떠날 때는 지하철을 타고 왔다. 돌아갈 때는 따로 사는 큰아들 아이가 바쁜 틈을 내어서 우리를 집으로 태워 데려다 주려고 병원에 찾아 와서 함께 의사를 만나 고마움을 표했다. 새벽에 나왔기에 우리가 시장하리라 생각하고 언제나 그리했듯이 아들이 병원 구내 매점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팥빵과 카스테라 마늘빵등과 우유, 아들은 커피랏데를 각각 샀다. 계산대에 돈을 지불하려는 데 “비닐봉지를 드릴까요?” 하고 30대 초반 여자 계산원이 부드럽게 묻는다. “예, 주세요.” 아들이 대답을 했다. 마침 내가 백을 좀 크고 넉넉한 걸 가져왔기에 보여 주면서 “그냥 주세요. 내 백이 크니까... 근데 한 장에 얼마지요? ” “50원입니다.” 말하고 나서 보니 내가 아들 보기에도 그렇고 좀 구차하게 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 한마디 했다. “봉투 값은 빼셨나요? 내가 지금 부자이거든요. ^^ 이렇게 아껴서 부자가 된 거에요. ㅎㅎㅎ” 그러자 그 계산원 여인이 말을 했다. "어머니 말씀대로 안 뺐습니다. 저도 그렇게 합니다. 어르신 말씀이 맞는 거에요." ^^ "그래요? 그럼 나 모양 부자 되시겠네. ^^ 우리 모두 부자 됩시다.” 우리는 유쾌한 마음이 되어 그 자리를 떠났다. 돌아 오는 차중에서 운전을 하면서 아들이 말했다. “아까 그 계산원 아주머니 보기 드물게 참 소탈하지요.우리 말에 그대로 동조하다니..." ^^ 원래 포장지는 물건을 사면 당연히 담아 주게 마련이다. 한때 비닐봉지를 무한정 주다 보니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하여 자제시키는 차원에서 비닐 봉투 값을 받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다 쓴 비닐을 모두 모아서 재활용이 가능하니 이제 덜 해도 되련마는 서비스 정신은 오간데 없고 펼친 손가락 폭 보다 조금 더 클까 말까한 조그만 크기의 봉투값을 50원씩이나 받다니 어불성설이다. 담을 시장주머니를 갖고 오면 오히려 50원씩 봉투 값을 빼주는 곳도 더러 있기도 하다. 50원이 빠지면 만원도 9천9백5십원이 되고 백만원도 무너져서 9십9만9천9백5십원이 된다. 요즘 사람들은 무엇이든 아쉬운 게 없다. 까짓 50원쯤이야... 운 좋게 좋은 시절에 태어나서 그렇게 절실하게 부족한 게 없이 그렇게 컸고 또 그렇게들 살아간다. 나는 세 아이들을 키우면서 버스 값 잔돈이 모자라서 아침마다 십원짜리 몇 개를 크게 아쉬워 쩔쩔 매며 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었다. 허기야 요사이는 돈의 가치가 형편 없이 추락해서 몇 십 원의 돈은 힘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5백원짜리 정도라면 몰라도 길바닥에 십원짜리 동전이 떨어지면 허리 구부려 이를 줍는 어린 아이들이 있기나 할른지... 그 가치관이 요즘 도시 젊은이에게도 통했다는 기쁨과 오늘 몇 십 원의 가치 이상의 의미를 찾았다는 이 성취감이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한 하루였다. 2009년 12월 8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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