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신발이 많을 때면
학교에 다녀 와서
우리 집 현관에 신발이 많은 날은
“손님이 많이 오셨구나”
“누가 오셨을까?”
몹시 궁금하고
설레이는 내 마음
설날, 추석날
어른들의 생신날
일가 친척들이 많이 모이면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신발을 세어 봅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아저씨들의 검은 구두
뾰족하고 굽 높은 아줌마의 구두
시골 흙이 묻은 할머니의 하얀 고무신
언니 오빠들의 산뜻한 운동화
아가들의 앙증스런 꽃신 …
신발 수만큼이나
나의 기쁨도 늘어납니다
하하, 호호 웃음소리와
오순도순 정다운 아야기가
방안에선 쉬임없이 흘어 나오고
신발들은 덩달아
할 이야기가 많은 듯
서로를 바라보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엄마와 분꽃' 중에서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