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꽃은 피어났건만 청초 엄동설한 이겨내고 겨우내 움추렸던 초록색 잎 사이로 자주색 꽃봉오리를 피어낸 난초꽃 화분에 그는 분홍색 포장지를 덮어 싸고 빨간 리본까지 곱게 맨 난초 화분을 내 서제 방에 들여 놓았다 중학교 교사인 큰 며늘아이가 작년 스승의 날 받아서 선물했던 연분홍 꽃잎바탕에 짙은 분홍빛으로 갓을 두른 영산홍 화분도 내 서제 방 탁자위에 나란히 함께 올려놓아 주었다 “여보 이 꽃이 어때요 아주 예쁘지 않아요?^^“ 그는 내 동의를 구하듯 아주 열심히 설명을 하는 것 이었다. "탁자에 화분을 두 개씩 올려놓으니 좀 복잡한 것 같애요. 영산홍은 거실에 내다 놓으면 어떨까요?^^" “그냥 두고 보아요.예쁘잖아요.” “알았어요. 참으로 예쁘네요” “나는 당신께 아주 잘 해 주고 싶어요.” “알았어요” 평소 말수가 적은 그와 마지막 나눈 다정한 대화이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잠자듯이 이승을 하직하였다 이제 봉오리 졌던 난초는 은은한 향기를 내 품으며 내 서제 방에 피어났다 분홍색 영산홍 꽃잎은 한송이 두송이 낙화를 시작한다 무릇 이 세상의 모든 이치가 이처럼 유한한것을 왜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잘 있으라" 는 한 마디 인사도 없이 슬며시 내 곁을 떠나 버린 참으로 야속한 그는 지금 쯤 어느 하늘나라에서 자기가 피워 놓은 이 향기로운 난향을 맡아 보기나 하려는지... 2014년 3월 1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