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꽃은 피어났건만

by 이용분 posted Mar 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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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초 꽃은 피어났건만                      청초    

      엄동설한 이겨내고
      겨우내 움추렸던 초록색 잎 사이로
      자주색 꽃봉오리를 피어낸
      난초꽃 화분에
      그는
      분홍색 포장지를 덮어 싸고
      빨간 리본까지 곱게 맨
      난초 화분을 내 서제 방에 들여 놓았다  

      중학교 교사인 큰 며늘아이가
      작년 스승의 날 받아서 선물했던  
      연분홍 꽃잎바탕에
      짙은 분홍빛으로 갓을 두른
      영산홍 화분도  
      내 서제 방 탁자위에  
      나란히 함께 올려놓아 주었다  

      “여보 이 꽃이 어때요 아주 예쁘지 않아요?^^“
      그는  
      내 동의를 구하듯
      아주 열심히 설명을 하는 것 이었다.
      "탁자에 화분을 두 개씩 올려놓으니  
      좀 복잡한 것 같애요.
      영산홍은 거실에 내다 놓으면 어떨까요?^^"  

      “그냥 두고 보아요.예쁘잖아요.”
      “알았어요. 참으로 예쁘네요”
      “나는 당신께 아주 잘 해 주고 싶어요.”
      “알았어요”
      평소 말수가 적은
      그와 마지막 나눈 다정한 대화이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잠자듯이 이승을 하직하였다

      이제 봉오리 졌던
      난초는 은은한 향기를 내 품으며
      내 서제 방에 피어났다

      분홍색 영산홍 꽃잎은
      한송이 두송이  
      낙화를 시작한다
      무릇 이 세상의  
      모든 이치가 이처럼 유한한것을  
      왜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잘 있으라" 는 한 마디 인사도 없이
      슬며시 내 곁을 떠나 버린 참으로 야속한  
      그는  
      지금 쯤 어느 하늘나라에서 
      자기가 피워 놓은  
      이 향기로운 난향을  
      맡아 보기나 하려는지...  
                                                  2014년 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