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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2 00:02

찔레꽃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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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찔레꽃의  슬픔                          청초


        오늘은 하루 온 종일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추운 한 겨울이 지나서도
        두껍고 무거운 검푸른 색 옷을 입은 채
        묵묵히 현관문 앞을 지키던 수문장
        주목이
        춘심을 못 이겨

        잎 끝에
        작은 콩알만 한
        아기 씨를 매 달았다.

        봄의 전령인
        진달래 꽃 아가씨가
        매섭던 지난 해 겨울을
        잘도 이겨내고

        몰래 몰래
        숨어서 키워온
        연 분홍색
        조그만 아기 꽃망울들을

        여기 좀 보라는 듯
        갑자기
        터 뜨렸다.

        지난 해
        한 여름날에 피어났던
        새 하얀 찔레 꽃.

        온갖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던
        은은한 향기와
        고운 그 자태를
        모르는 이 없으련만

        꽃이 지면
        나 몰라라
        그만 잊혀 지는 게
        세상 사.

        찔레 꽃 빨간 열매를
        집 새들이나 개똥지빠귀들이 찾아 와서
        제발 쪼아 먹어 주기를 ...

        애 타는 색  빨간색으로
        잘 영글어
        목 길게 늘여서 기다리는
        찔레 꽃 열매의
        안타까움이

        이 봄비 속에
        애처로이 남아 있을 줄은
        그 아무도 모르리라.

        모진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겨우내 얼어서 굳은 땅
        힘차게 밀어 올리고
        고개를 빼꼼이 내 밀어

        제일 먼저
        봄 뜨락을 점령하는
        이별 초의 도톰한 새순과
        샛 노란색 꽃 애기똥 풀도 늦을세라
        제가끔 돋아나

        봄은 이미 이렇게
        돌아 와 있었노라
        뽐내고 있다.

        키도 덩치도 제일 크지만,
        늦 되어서
        초조해진 감나무가
        나라고 뒤질소냐
        급한 김에
        봄 빗방울을 가지 끝에 매어 달고

        높다란 봄 하늘 속에
        제 홀로
        영롱한 구슬인양
        제멋 대로 뽐 내고 있다.
                                         2003년 3월







      (아기똥 풀)


     (찔레꽃 열매)


     (옛집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