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려고 너무나 긴 산고를 치르던 날씨였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 봄은 다시 이 땅을 떠날 준비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제 시절에 피려던 꽃들은 봉오리를 열려다 추위에 주춤주춤 망설이다가 급해서 순서도 모르고 한 꺼번에 모두 개화를 하는 듯 하였다. 어느 하루 일시 불어오는 비 바람에 낙화를 시작했다. 모두 제 생긴 모양 새 대로... 성질이 급해서 그 많은 꽃송이가 일시에 피어나던 벚꽃은 어쩌다 지나가는 비바람에 꽃잎을 후루륵 흩날리며 스러저갔다. 목련의 낙화는 꽃의 우아한 생김새에 비하여 비참하리 만치 그 떨어진 잔영이 지저분하다. 봄도 없이 여름으로 껑충 뛰어 넘으려 그러는건지... 정말 짧기만 한 봄날이다. 좋은 시절은 잠깐이다. 우리네 청춘도 멋도 모르고 저리 보냈으리라. 농사정보에서 보니 사과나 복숭아등 과수나무의 꽃이 차거운 날씨 때문에 제대로 피지를 못했다한다. 추위에 벌들의 활동이 미미하여 과일 맺기가 시원찮고 줄기도 모두 냉해를 입었다 한다. 이는 사과나 배의 주산지가 지구의 기상 온난화 현상으로 그간 차차 북상을 하다 보니 생겨 난 결과이기도 하다. 어차피 이번 가을에는 과일값이 비싸질 것도 같다. 요 몇년래 건강이 차차 기울더니 작년 봄 부터 나에게는 복통이 생겼다. 하도 괴로워서 위내시경에 장내시경 초음파 등 종합검진을 하였더니 장 안에서 세개의 용종을 발견 이를 제거하는 치료를 받았다. 다행이 크게 걱정을 했던 별 큰 이상은 없는 모양이다. 어느 후배 의사의 소견에 의하면 과민성대장중후군이라 한다. 병원을 바꿔가며 두어군데 다녀 보았지만 낫기가 좀 까다로운 증상인 듯 하다. 어느 날 아들이 강화도 사자발 쑥으로 만들었다는 약 콩처럼 까만 색 환약을 구해다 주었다. 예전 같이 건강했으면 대수럽지 않게 생각되어서 한옆으로 치웠을 일이다. 진지한 마음으로 먹어 보기로 했다. 실제로 쑥은 복통을 가라 앉히는 약효가 있는 것 같다. 년 전에 탄천 변에서 뜯어다 삶아 냉동 시켜 놓았던 쑥으로 한 겨울에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배 아픔이 좀 갈아 앉곤 하였다. 급한 마음에 이른 봄 마을시장에 남녘에서 뜯어 비닐포장을 한 쑥을 사 먹어 보았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것인지 쑥 향기도 안나고 맛도 무덤덤 아무런 맛이 없다. 이제 날씨가 겨울을 벗어나니 탄천 변에 지천으로 자라나는 쑥을 뜯어 보기로 했다. 운동삼아 지나는 길에 드려다 보니 싹만 무성 추운 날씨 때문인지 얼른 크지를 않는다. 최근 내가 다니는 수필문우회에서 저 남쪽 끝 그 옛날 윤선도가 살았다는 보길도로 문학기행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돈을 다 지불하고도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인한 복통 때문에 끝내 참여를 포기하여야만 되었다. 섭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날 하루 탄천변으로 쑥을 뜯으러 가기로 했다. 이들 쑥들도 가는 계절은 아는지 크기도 전에 벌써 대공이 쭉 뻗어나서 쑥 뜯기의 적기가 지나가는 것 처럼 보인다. 그래도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서 물물이 쑥들이 크고 있다. 어느 것은 통통하게 살이 찐것도 있고 잡풀 속에 끼어서 기다랗고 가냘프게 자라나는 것도 있다. 비가 자주 오지 않아서 그런지 자잘하게 크지 못 하고 벌써 악센 것도 있다. 탄천 냇물에서는 이따끔씩 '철석' 소리를 내며 잉어들이 튀어 올랐다가 둥그렇게 큰 물 파장을 일으키며 물속으로 들어 간다. 봄날에 산란철을 만나 용솟움치는 힘을 과시하는 모양이다. 일요일이라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즐거워 하면서도 계속 부모를 부르며, 무언가를 조르며 뛰어 다닌다. 아이는 귀여우면서도 참 부모를 괴롭히는구나... 남자 젊은 이 둘이 지나가다 신기한듯이 나를 드려다 본다. '그건 무엇이에요. 뜯어서 무얼하려고 그러세요?^^' ~~아니 쑥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이건 쑥인데 새순일 때 뜯어서 씻어서 쌂아서 된장을 풀고 국도 끓여먹고 떡도 해서 먹지요. 배가 아플때 국을 끓여 먹으면 잘 나아요. 약초지요.^^' 허기사 못 살때 이야기지 쑥을 안 뜯어 먹어도 먹을 게 지천인데 무에 문제일까. 그래도 최소한 이정도의 상식은 좀 알았으면 좋으련만... 실제로 봄쑥은 용과 같다고도 한다. 예로부터 환부를 마른 쑥으로 뜸을 떠서 효과를 보기도 했다고 한다. 말린쑥을 속에 넣어 만든 벼개를 베고 자면 불면증이 해소 된다 하기에 실제 쑥을 말려 넣은 벼게를 베고 자 보았더니 쑥향기가 코끝에 솔솔 나는게 숙면을 취하게 되는 것 같았다. 6.25동란을 겪은 직후 우리나라는 상당 기간 외국의 잉여 농산물에 의존해서 살아 가야만 했다. 쌀도 안남미라고 지금 생각하면 베트남산 기다랗고 진기가 없는 쌀을 배급 받아 먹고 살아야 했었다. 젊은이 들이 상상이 어려우면 지금의 북한의 식량 사정이나 비슷했다고 보면 될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돌아 가신 나의 할머니 생각이 문득 떠 올랐다. 원래 시골 태생이셨던 할머니와 나는 그 당시 틈이 나는대로 인근 논두렁이나 밭두렁, 얕으막한 야산으로 나물을 하러 다녔다. 그것으로 양식에 조금은 보태기도 하고 쑥 개떡도 만들어 먹고 쑥국도 끓여 먹었다. 쑥은 먹으면 속이 든든하고 몸에도 이롭다고 하셨다. 논 가운데 무수히 자라는 어떤 풀은 봄에 갈아 엎으면 거름이 된다고도 하며 논 주인이 뜯어 가는 걸 싫어 하는 것이라 하셨다. 하기사 그 옛시절에는 별 비료도 없던 시절이다. 남의 집에 마실을 갔다가도 용변이 마려우면 얼른 자기집으로 돌아가서 일을 보았다 한다. 길을 가다가 마른 개똥이 굴러다니면 얼른 주워서 비단 조끼주머니에 넣기를 망서리지 않았다고도 하셨다. 내 평생에 그때 처음으로 바구니를 들고 나물을 해 본 것이다. 그 외에도 참비름 들비름 취나물 돌나물 젓가락나물등 많은 나물을 알게 됬었는데 세월이 지나니 이름 조차도 생소해 지고 모두 잊혀져 버렸다. 어쩌다 마을시장에 농부가 인공으로 키운 참비름 나물을 만나기도 하는 데 그 옛날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 주셔서 먹던 그 맛이 아니다. 그래도 봄이면 모든 풀이 약이라 하여 기회가 닿는대로 먹어 보려고는 한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더불어 어느 곳에 가면 산채 비빔밥이 좋던 데 하면서 찾아 가 보려고 시도를 해 보는 게 요즈음의 절기다. 며칠 전 딸아이가 보길도 여행을 못간 나를 위로한다며 다니러 왔다. 그 애가 모는 차를 타고 경기도 이천 유명한 이천쌀밥에 산채나물집에 찾아 갔었다. 밥상에 한상 가뜩 나물 반찬이 차려서 나왔다. 어느 게 어떤 나물인지 이제는 까마득한 옛이야기 처럼 아득하기만 할 뿐 생각이 나지를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2010년 4월 26일 (오랑캐꽃과 쑥나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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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무심히 너무나 빠르게 흘러갑니다.
4년전 이글을 쓸때는 남편이 아픈게 아니라 제가 너무 소화기능이 안좋아 쑥을 캐러 다니곤 하였는데
이렇게 운명이 뒤바뀔줄은 몰랐습니다.
모쪼록 살아 생전에 서로 사랑하고 사이좋게 살아도 모자랄 인생살이입니다.
여러분 건강하여 백수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