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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낚시기행 (첫편)                  청초

    그처럼 바랬던 섬진강과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발원지인 평사리 방문을 하게 되었다.
    년전 몇년간을 봄마다 작은 아들이 낚시여행을 초청했지만 매번 남편의 건강이 시원찮아서
    불발이 되었다. 인간사에서 짝을 잃는다는 것은 일시에 사방의 벽이 와루루 무너져 내려
    이 세상에 그냥 내동댕이쳐 지는듯한 불안감과 말할 수 없는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주는
    기분이다.
    그가 돌아간 후 아이들이 매일 와서 함께 옆에 있어주고 함께 자주고 그냥 함께 해주는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그런 와중에 전주에 사는 막내아들이 낚시를 오지않겠냐는 청을 해 왔다.  

    느닫없은 초청에 부랴부랴 급하게 준비를 하여 5월초 때 맞침 황금연휴라 구하기 어려운
    차편을 다행히 임시증편을 한 버스를 타고 오랜만의 여행길에 나섰다. 예상한대로 
    고속도로는 온갖 차량에 뒤덮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한 시간여의 지체 끝에 드디어 전주에
    도착했다.아들이 마중을 나와 반가이 맞아 준다.

    작은 아들네 집에 도착하니 작은 며느리가 상냥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준다. 
    남편이 돌아 간 후 내게도 이런 가족이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응원군을 만난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삼년 전 남편과 함께 다녀간 후 오랜만에 다니러 온 길인 셈이다. 손자 건우와
    손녀 혜원이의 반기는 모습이 비로써 상심하던 마음을 즐겁게 한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그간에 누적된 피로감이 안정된 집안 분위기가 그냥
    있어도 마음의 평정을 찾을 만한데 아들이 낚시를 가잔다. 점심은 쉽게 라면을
    끓여 먹기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확트인 들판에 이제
    막 새순이 돋기 시작한 가로수의 푸르름이
    '아! 집을 잘 나섰구나 '하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지금까지 다녀 봤자 도심의 공해속에 노상 찌들다시피 한 마음이 자연 경관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들판에 나서니 오랜만에 웅크렸던 날개를 펴는 새처럼 마음이
    상쾌하다.

    이제 푸릇푸릇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들판의 이리저리 꼬부라진 황톳길을 차를
    몰며 찾아든 곳이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 물을 담아 둔 어느 저수지 앞이다.
    어떤 한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다. 아들이 가까이 가서  잠시 탐색을 해 보더니
    더 상류로 올라간다. 나무숲이 욱어진 그늘아래 가지고 온 낚시 짐을 내려놓자
    급해진 손자 건우는 제 낚시도구를 찾아 들고 호숫가에 잽싸게 자리를 잡았다.
    그간 제 아빠와 더불어 자주 낚시를 다닌 모양이다.  

    아들이 낚시한대를 꽂아 지렁이까지 끼워셔 회장님처럼 편안한 의자에 나를
    앉혀 준다. 물빛을 보니 너무나 맑다. 이렇게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던데...
    다년간 낚시를 다녀본 경험으로 이런 것쯤은 알고 있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이는 세상의 인심을 일커르는 말이지만 실제도 그러하다.
    조르는 두 손자 아이의 성화에 아이 아빠는 두 아이의 채비를 준비해 준다.
    그러고 나서야 자기의 낚시대를 준비한다. 자고로 부모 노릇도 힘들고 자식
    노릇도 힘이 든다.이미 두아이의 아빠가 된 아들의 고단한 모습을 본다.
    그래도 이게 행복한 모습이 아닌가.

    우리가 젊었을 때에도 이 막내아들과 더불어 매주 영등포역에서 새벽 4시반
    첫 통근 열차를 타고 평택의 아산만을 비롯 전국을 돌며 낚시를 데리고 다닌 게
    시초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어신이 없다. 지루해진
    건우는 새우잡이 망을 꺼내 들고 제 나름 고기를 잡겠다고 수선을 부린다.
    바로앞이 물이라 빠질가 염려되어 아무리 말려도 제 하고픈 대로 한다. 그런데
    낚시에서 한마리도 잡히지 않던 송사리 떼들이 그 망속에는 우글우글 잡힌 게
    아닌가...

    이에 신명이 난 손자아이는 붕어를 잡으려고 뭉쳐 놓은 떡밥을 망속에 넣고
    본격적인 고기잡이에 나섰다. 연거퍼 잡히는 송사리를 보니 이곳에는 '베스'
    라는 고기는 안 사는 모양이다.'베스'라는 어종은 60년대 우리 국내 식량사
    정이 안 좋을 때 내수면에 민물고기를 키워국민들 영양상태를 높인다고
    외국에서 들여와서 전국 강과 호수에 풀어 놓았었다.
    토종 '메기'보다 입이 엄청 더 큰 민물고기이다. 우리나라 전역 호수나 강에
    퍼져서 민물고기인 붕어나 그 외 토종어류들을 모두 잡아 먹어 버려서 씨를
    말리는 고기이다.

    붕어는 안 잡히고 손자녀석들이 하두 옆에서 수선을 떠는 통에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서 점심을 준비하기로 했다.  어느 새 이런 놀이도 손자아이들 몫이
    되었구나...
    마음을 비우고 호수 주변 경관을 보니 맑은 수면과 주변 나무들이 어울려
    수려한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어째 조용하다 싶더니 물가에서 아슬아슬 수선을 떨던 손녀아이가 물에 빠져
    바지 아래가 다 젖어서 울상이다. 신까지도 모두 물에 푹 젖었다. 부랴부랴
    신문지로 발을 싸고 목 마후라로 종아리를 둘둘 말아서 젖은 옷 속에 싸준다.
    원래 이렇게 놀러오면 아이들의 굿에 정신이 없게 마련. 생각보다 싸늘한
    날씨에 아이 감기 들라 서둘러 귀가를 하기로 했다.

    집에 와서도 집에서 키워 본다고 살림망에 담아온 송사리를 가지고 여전히
    야단법석인 아이들 ...
    미진하면 내일 또 가던지 하기로 하고 첫날 전주 낚시놀이는 이렇게 마감을 했다.  
                                                           
                                                20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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