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04 추천 수 8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섬진강 다리)

    섬진강 박경리 '토지'의 평사리에 가다.  (두번째)            청초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손자손녀들이 내가 자는 방에 찾아와 내 이불속으로 기어들어
    온다. 서로 내 옆에 좀 더 가까이 누워 보려고 뒤잽이를 한다. 아침잠이 일찍 깨어 버렸다.
    보통 때도 손자 손녀들과 전화로 통화를 자주한 터에 낚시터에서의 교감이 잘 통했나보다.
    이래서 누구나 손자손녀들을 끔직하게 사랑하게 되나보다.  

    이어서 며느리가 내방에 찾아와 문을 빼꼼하게 열고“안녕히 주무셨어요”하고 상냥하게 아침
    인사를 한다.정성을 다한 조금 늦은 아침밥을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낚시를 또 갈까요?”아들의 물음에 어제 붕어와는 인사도 못 나누고 흥미가 반감된
    상태라 이제 낚시는 안 가겠노라고 하였다.

    한참 궁리 끝에 섬진강에나 가 보자고 제안을 하였다. 언제인가 섬진강 김용택시인이
    T.V.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보니 별로 볼 것 없는 하천정도의 작은 강이라 생각하는지
    매번 왔을 때 마다 이곳을 가자는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였었다.
    결심을 한 듯 아들이 이왕에 섬진강을 가는 김에 박경리의 평사리 토지셋트장과 화개장터도
    모두 다 가보자고 제안을 한다. 듣던중 너무나 반가운 소리다. 그러나 그곳이 전주에서도
    2시간여 걸린단다.  

    아무튼 손자 건우와 손녀 혜원이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 좋아서서 어쩔줄 모르는아이들...
    아이들 에미가 흑임자 깻떡과 쑥을 넣은 콩고물 인절미에 셈베이과자 딸기와 방울토마토
    음료수를 정성스레 싸서 실어 주었다. 운전석 옆에는 손자 건우가 앉고 나는 손녀와 함께
    뒷자리에 앉았다. 아이들과의 동행이 조심스러워 평소에는 잘 매지 않던 안전띠를 손녀에게
    채워주고 나도 맸다,

    섬진강변을 따라 가는 찻길은 양옆으로 벚나무가 늘어선 조붓한 이차선 길이다. 이미 녹음이
    짙어진 이 나무들이 원래 봄에 왔더라면 화려한 벚꽃 길이라고 한다. 왼편으로 보이는 깊게
    골짜기진 산세가 연초록과 진초록색으로 여인이 솜씨 것 수를 논듯 한폭의 산수화다.스위스의
    알프스나 노르웨이의 휘요르드 풍경 못지않게 수려하여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미 벚꽃 관광이 끝난 후라 그런지 길이 한가하다. 섬진강 다리에 이르니 선경에라도 온듯
    아름다운 산수경개가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차에서 내려 한동안을 머물며 기념사진도 찍는다.
    그리도 와 보고 싶었던 곳, 그곳에 보이는 모든 경관을 모두 한눈에 담고 싶은 생각에
    한참동안을 두리번거렸다.  

    어떤 한 가족도 차에서 내리더니 기념사진을 찍으며 한동안 왁자지껄한다. 남편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손자 며느리를 거느린 대가족이다. 어떻게 한차에 모두 타고 왔는지 의문스럽다.
    그중 할아버지 인듯 한 머리가 흰 노인이 한옆 바위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어문다.
    저렇게 담배를 피는 영감도 살아서 함께 여행을 오건만 담배 술도 안 마셨던 그는
    어찌 그리 성급하게 홀로 먼길을 떠났을까....
    그와 함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잠시 생각이 나서 마음이 울컥 목이 메인다.  

    왜 사람들이'섬진강''섬진강'하는지를 알 것 같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옮겨 차를
    타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차차 길이 막히는걸 보니 이제 박경리의 소설‘토지’속의 평사
    리가 가까워졌나 보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관광지는 남녀노소 불문 온갖 사람들로 북적인다.
    실제가 아닌 소설속의 땅이건만 진짜‘최참판’이 살던 곳인 양 모두가 그런 착각에 빠져 잔칫날
    처럼 북적인다.
    한 소설가의 위대한 작품은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장을 유명하게 만들고 그 지역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하는 것을 보며 새삼 문학의 힘과 소설가 박경리 선생을 생각 케 한다.

    어리둥절 두리번거리던 우리도 그 인파속에 끼어 우선 입장권을 샀다. 아들과 손자들은 표를
    샀지만 나는 65세 이상이라 무료다. 나이 많은 게 언짢더니 이런 때는 괜찮네... 약간은 경사진
    길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최 참판 댁'을 가보려면 하는 수 없지. 사는 게 무언지 길양 옆에는
    온갖 상가와 길옆에까지 제가끔 가지각색 물건들을 늘어놓고 큰소리로 호객을 한다.

    '서희와 길상이' '섬진강' 눈에 띄는 간판, 온갖 곳으로 가는 길안내 표지판을 고개를 젖히고
    열심히 처다본다. 낯이 선 고장에 와서 두리번거리며 도대체 '최참판 네 집'은 어디에 있지 하며 발길을 옮긴다.
    소설속의 인물인'야무네'‘석이네''서서방네' '막딸네' 외양간에는 진짜 소가 당신들은 누구쇼?
    하는듯 여물씹던 입을 잠시 멈추고 내다본다. 조금은 언덕진 곳에 있는 그들 집안을 드려다 보니
    그야말로 방 마루 부엌으로 된 초가삼간이다.
    슬금슬금 삐거덕거리며 돌아가는 물레방앗간. 너무나 많은 사람이 건너 다녀서 닳고 낡은
    수채구멍 위의 다무다리...
    한 세기 전 고단한 우리 민초들의 마을을 재현 시킨 것들이 현실처럼 착각을 일으킬 것 같은
    마을풍경들이 여기저기 펼쳐저 있다.  

    길가 담장 밑에 피어있는 앙증맞고 샛노랑 씀바귀 꽃부터 낡은 토담 담장에 기어오르는 새파란
    담쟁이 넝쿨 까지도 문학작품속의 일부인양 고색이 창연하다. 차차 우리도 그 인파 속에 파묻혀
    그 당시를 살아가는 소설속의 인물이 된 듯 하나가 되었다.                                                            
                                                2014.5.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57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이유 김 혁 2014.06.06 530
5656 아름다운 당신께 무심히 던진 말 김 혁 2014.06.06 544
5655 가난했지만 마음이 따뜻했던 시절... 이용분 2014.06.03 557
5654 나는 지치도록 춤을 추리 / 靑蘭 왕영분 김 혁 2014.06.03 541
5653 기쁨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 김 혁 2014.06.02 534
5652 주는 만큼 늘어나는 행복 김 혁 2014.05.31 537
5651 하동 화개장터를 여행하다(4번째) 이용분 2014.05.27 603
5650 참 아름다운 세상 김 혁 2014.05.27 525
5649 아름다운 관계 김 혁 2014.05.27 517
5648 늙어가면서 사귀어야 할 친구 김 혁 2014.05.26 526
5647 스스로 자기를 아프게 하지 말라 김 혁 2014.05.25 563
5646 드디어 평사리'최참판 댁'에 가 보다(세번째) 이용분 2014.05.22 534
5645 작설차를 마시며 / 靑蘭왕영분 (꽃 사진) 김 혁 2014.05.22 533
5644 서로 기대고 사는 인연 김 혁 2014.05.21 529
5643 청춘 - 사무엘 울만 (Youth _ by. Samuel Ullman) 김 혁 2014.05.20 524
5642 참 좋은 마음의 길동무 김 혁 2014.05.18 514
5641 이런 사람이 행복합니다 김 혁 2014.05.17 520
» 섬진강 박경리 '토지'의 평사리에 가다.(두번째) 이용분 2014.05.17 604
5639 비무장지대 - (You Tube) 김 혁 2014.05.17 521
5638 마음이 맑은 사람은 김 혁 2014.05.16 581
Board Pagination Prev 1 ...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 358 Next
/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