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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게 나이먹기 ...                 청초   이용분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경륜이 쌓인 만치 경우도 밝고 또 남에게 폐해가 가는 일은 절대 안해야 될 것 같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오다가다 너무나 더운 날씨에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한다.매주 목요일이면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마을장이 선다. 이곳 장은 물건 값이 그리 싸지는  않은 것 같다. 어차피 상인이 아파트 골목까지 물건을 팔려고 들어오려면 그 날의 판매 장소 임대료와 조금은 가깝게 편하게 사서 먹는다는 반대급부까지 끼어서 조금은 비싼 가격을 주어야 되게 되어 있다.

    이것저것 야채를 산후 생선 가게에 들르게 되었다. 좀 큰 고등어 한 마리에 삼천오백원이라... 되게 비싼 값이다. 그리 고급 생선은 아니지만 등 푸른 생선에다 옅은 맛에 뼈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종종 사서 먹는다.오늘은 살이 두터운 쪄 먹는 단 호박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비린내 안나 게 생강과 파 마늘을 다져 넣고 고추장에 조려 볼 참이다.

    보통 무를 넣는데 단 호박을 넣어 보니 그도 먹을 만하여 그리 한다.   지난번 중 복날 사먹은 인삼 닭 병아리 한 마리 값이다. 그러니 생선 값이 비싸다고 생각되면 은 날 보고 바다에 가서 낚아다 먹어 보라 한다면 그도 못할 일이긴 하다.

    젊은 날 남편 따라 바다낚시를 이따금 가 본적이 있었다. 그 수고와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리 사먹는 게 싸기가 이를 데 없다.   그렇다고 생선이 비싸니 실증 나게 닭을 매번 사먹을 수도 없고... 허기사 닭 값도 들죽 날죽이긴 마찬가지다. 이따금씩 오는 닭 전염병으로 한꺼번에 몇 천 마리씩 온 지방양계장들의  닭들이 생매장을 당하곤 한다. 그러면 닭 값은 물론 계란 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곤 하여 닭 값도 노상 안정적인 건 아니다.  

    좌판대 위에 뒤적 거리 못하게 쌓아 비닐로 덮어 주욱 늘어놓은 것들 중에 그중 커 보이는 고등어 한 마리를 눈으로 골라서 "이걸 조리게 잘라 주세요" 했다. 뒤 미쳐 어떤 할머니가 덩달아"나도 한 마리 골라 주슈" 하고 상인에게 말을 건넸다. 상인은 그 할머니 것으로 한 마리  골라서 생선 자르는 도마 옆에 먼저 놓인 내 것과 나란히 놓았다.

    그 노인은 상인 이 골라준 생선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내 생선을 들고 이것을 어쩌구 하기에"할머니 그건 제 것인데요." 했다.그러자 그녀는 다시 가서 많은 중에서 자기가 다시 골라 왔다. 그러나 자기가 골라 온 게  먼저 상인이 골라 준 것 보다 작다. 그러자 그건 그냥 그 옆에 두고 다시 상인이 골라준  생선을 들고 "이걸 굽게 손질해 소금 간을 해 주시오" 한다.

    두 마리 살 건가 생각했더니  한 마리만 살 모양이다.옆에서 보던 내가"그러면 할머니가 가져온 생선은 제 자리에 가져다 놓으셔 야지요.^^" 그랬더니"이거야 장사꾼이 갖다 놓겠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들은 승도 안한다.

    앞사람이 산 것인 듯 대구라나 몸이 되게 흐느적거리는 생선을 주인이 손질하는데 생선의 내장의 내용물이 유난히 많이 튄다. 마침 바로 그 도마 가까이 서서 그리 설레발을 치다 보니 생선에서 나온 내용물이 그 할머니 옷에 좀 튄 모양이다. 그러자 이 노인은 막 화를 내면서

    "아니 사람이 있는 바로 앞에서 그렇게 생선을 자르면 어떻게 해요. 내 참 옷을 다 버렸잖아"살 사람들은 기다리고 주욱 서 있는데 어쩌라고 저러누. 자기가 바로 도마 앞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구선 옷에 그게 튀는 건 당연한 일이지. 마음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할머니가 저 만치 피하셨어야지요.^^"

    보다 못한 내가 넌지시 얘기를 했다.비 오는 날 물 튀기며 지나가는 자동차 피하듯 당할 것 같은 사람이 피해야지 이미 흙탕물이 튀었다면 자기만 손해지 뭐 ...사람이 늙어도 좀 고상하게 늙어야지 저리 떼쟁이 심술부리듯 추하게 늙으면 제 절로  젊은이에게 백안시를 당하게 되겠구나...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존경받고 대우 받던 시절은 이미 우리세대에 이르러서는 날이 새 버렸다.나이가 먹었다는 핑계로 용서가 되고 어떻게 납득이 되리라는 생각은 우리들의 바램 일 뿐이다.지하철을 타보면 여기저기 넘치는 게 노인 인구다. 평균 수명이 팔십이 넘느니 구십을 넘게 살게 되었다고 기뻐들 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대우를 받고 그 속에 끼어 살려면 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하루하루를 조금 더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그러려면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도 잘 지켜서 시체 말로 망령일랑 들지 말아야지... 그러잖아도 나이가 많아지면 존경심보다 경원시 될까봐 조심스러운 요즘 판국에....
                                                                   

     2007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