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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6 15:39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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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 ’                                    청초

    얼마전 부터 이른 아침시간에 탄천 걷기를 못한 날에는 기분이 여간 찜찜한게 아니다.
    어느 덧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공연한 상념(想念)에 잠겨 괴롭기 이룰 데 없어 벌떡 일어나 뛰쳐 나가게 된다. 아침 체조 팀에 끼는
    날이면 더 없이 기분이 좋지만 전날 밤 항상 늦게 잠이 드는 나는 매일 이른 아침 6시에
    일어나 나가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너무 늦어 체조 팀 끝머리에 겨우 끼거나 어떤 때는
    거의 끝나 버려 지각한 초등학생 처럼 조금은 창피한 생각이 들어서 그 자리를 비껴가기도 한다.    

    위로는 버스가 오가는 넓은 교각 밑 시원하게 그늘 진곳 의자에 앉아 쉬노라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들 중에 한사람이었는지 알듯 모를듯 한 할머니가
    나에게 손짓을 하며 부른다.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학벌 외모 전부가 통일이라더니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 그가 누군지 영 분별이 안가는 사람이다.

    그날은 반대편 상류쪽 냇가 제멋대로 자라서 키가 큰 억센 수초가 우거진 물가 조금은
    그늘진 길을 걷다가 돌아 오는 길이다.  
    나를 알아 보고 다급하게 부르는데 그녀를 영 외면을 할 수도 없어서 다가갔다.
    “아 글쎄 내가 윗옷을 벗어서 이 의자 위에 거칠게 '획'던졌는데 얕은 포켙에서 열쇠가
    빠져 나와 이곳 풀밭 속에 떨어지며 ‘쨍그랑’ 소리가 났는데 영 찾을 수가 없네요.”

    사연인즉 이 근처에 떨어진 열쇠를 못 찾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마음만큼은 얼른 찾도록
    도와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더운 날씨에 한참 걸은 뒤라 땀이 범벅 눈에 들어가
    따가워서 눈을 뜰수가 없다. 눈이 좀 갈아 앉자 한참 만에 거들게 되었다. 갑자기 요즘
    풀 속 진드기 생각이 나서 우선 어디 작은 작대기라도 있으면 마땅하겠는데 하고 찾는다.  

    바로 옆에 서 있는 버드나무가지를 꺾어 쓰면 좋겠지만 그도 안 될 일...
    마침 키가 큰 풀대를 쑥 뽑아 꺼꾸로 들고 이곳저곳 혜쳐 보았지만 열쇠는 보이지 않는다.
    아침 나절 햇볕은 점점 뜨거워 오는 데 그냥 모르는 척 갈 수도 없는 일이다.
    경사진 곳이라 풀에 미끄러지며 발목이라도 접지르면 그도 큰일이다. 정말 조심해야
    되는데..
    “열쇠가 없으면 집에 못 들어가시겠네요 ?”
    “아니요, 집에 누가 있어요.”
    “그럼 되었네요.”
    “해질녘 저녁때 가족들과 함께 나와서 찾으세요. 못 찾으면 열쇠를 맞추세요. 하나에
    5천원 2개니까 만원이 들겠네요. 너무 애를 태우지마세요. 뭐 죽고 살 일도 아닌데... "
    "내가 벌써 열쇠를 두번씩이나 잃어 버렸다우"
    "그래서 나는 이렇게 열쇠를 휴대폰에 매달고 다녀요"
    "어디가야 그 끈을 살수 있을까요?"
    "모란시장이나 휴대폰 파는데 가면 있을톈데..." 느닫없이 그녀는
    “낫이 있으면 좋겠어요.” 한다.

    “무얼 하시려구요?”
    “풀을 모두 베어 내려구요. 사람들이 얼마나 웃겠어요. 이러는 나를 보고...”
    그 와중에 창피함을 얘기한다.  
    “그럼 집에 가서 가위나 칼을 가지고 오셔서 풀을 베어 보세요. 가위가 좋겠네요”
    “지금 바로 가지고 와서 해 보아야지...” 그녀가 서두른다.

    "이처럼 더운 날씨에 허겁지겁하다가 큰 일 나세요.“ 나는 그녀를 진정 시켰다.
    그런 후에 나와 그녀는 혜어졌다.
    ”칼 가지고 오실 때 손에 들지 말고 주머니 같은데 넣어서 들고 오세요."
    나와는 정 반대쪽  다리를 건너 그녀가 사는 동네를 향해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 후 그 자리에 풀을 다 베어내고 열쇠를 찾기나 했는지 모를 일이다.

    어느 날 나는 외출을 했다가 돌아 오는 길에 현관문을 여니 영 문이 열리지 않는다.
    핸들 열쇠 2개를 아래위로 단 구조인데 아랫것이 열쇠를 물고 빠지지 않는다. 그걸
    빼어내야 위의 것도 열게 되는데 ... 처음에는 별일이 아니겠지 조심조심하다가 결국에는
    있는 힘을 다해서 잡아 빼고 당겨도 꼼짝을 안한다. 슬슬 당황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지상으로 내려가 아파트 경비아저씨에게 부탁을 했다. 무슨 영문인지를
    모르는 그가 함께 올라왔다.
    "열쇠 기술자도 아닌 내가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두어 번 비트니 열쇠가 맥없이 쑥 빠지는
    게 아닌가. 세상에 얼마나 고마운지...
    후에 막내아들에게 말을 하니 번호 키로 당장 바꾸어 주겠단다. 큰 아들은 얼른 녹방지제
    스프레이를 아래위 열쇠 구멍에 뿌려 보란다. 결국은 스프레이를 뿌리니 지금까지도 별 탈
    없이 잘 쓰고 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에게는 그 고마움을 표하려 음료와 빙과류를 선물 했다.

    그후 아이들도 곤경에 빠진 어머니를 도와주어 고맙다는 극진한 인사를 한 모양이다.
    곤경에 빠졌을 때 보여 주는 주변의 작은 관심이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때때로 경험하며 우리는 힘든 이 세상을 살아 간다.

    (註: 녹방지제스프레이=녹슨 곳에 뿌리면 기계가 유연하게 고쳐지는 스프레이)   

                                                                2014.7









                                
      '잉어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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