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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18:06

초가을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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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정원에서...                      청초

       이른 아침 눈을 뜨기전 잠자리에서 정원의 참새들이 명랑하게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일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그런 날은 무엇인가 잘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이제 날씨가 선선 해지니 유리창에 비치는 햇살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나무 그늘의
    음영도 어느새 짙어졌다.

       한여름 뜨거운 날씨에는 그들도 어디로 피서를 가는건지 조용한 정원에 무엇이
    빠진 것 같이 허전하게 느껴지곤 했다. 곰곰히 생각하면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빠져
    있는 걸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어느틈엔가 가을 들꽃들이 기다리기나 한 듯이 제 소박한 자태를 뽐내기 위해 제
    가끔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기 시작 한다.뜨겁고 무더운 여름날에는 꽃들도 잠시 쉬는지
    거의 야생화를 심은 우리 집 정원은 별로 핀 꽃들이 없었다.

       게다가 유례없이 너무나 무더웠던 지난 여름은 유난히 송충이 벌레가 기승을 부렸다.
    정원의 활엽수인 감나무 박태기나무 뽕나무 심지어 영산홍 잎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은
    모조리 갉아 먹으면서 성하여서 하는 수 없이 손이 닿지않는 키가 높은 감나무가지
    들을 뭉턱뭉턱 잘라 버렸었다.  

       찔레꽃도 잎사귀가 벌레에게 모두 먹혀 버려서 가지만 앙상 하더니 연초록색 연한
    새순이 새로 나면서 앙증맞은 찔레꽃 열매가 여기저기 귀엽게 열려 있다.
    가을이 되면 빨갛게 익어서 정원의 운치를 한층 더 하리라.

       선들 가을바람에 기운을 차렸는지 몇 군데 씨를 심고도 영 성장이 시원찮던 호박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 성한 기세가 어찌도 왕성한지 제옆에 서 있는 대추나무와 단풍나무
    위로 넝쿨을 뻗는다. 잡을게 없으면 하다 못 해 거미 줄 에라도 그 갈고리 순을 걸고
    오르려고 한다. 무게에 못 견딘 거미줄이 끊어지면서 줄기가 땅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지경도 있다. 이를 인내하면서 느지막하게 동그랗고 귀여운 호박 열매까지 맺고 하늘을
    찌를 듯이 호박순을 뻗히고 있다.

       뼈도 없는 일년생 호박 줄기가 몇 년씩 묵은 딱딱한 가지의 나무들을 제패한 느낌
    이다. 사람도 젊은 날 무엇인가 일이 잘 안 풀려서 고생을 하거나 지지부진 하다가
    포기하지 않는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면 종국에는 성공이란 단 열매를 얻는다는
    교훈을 본 것 같기도 하다.

       한편 자연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의 종을 번식시키기 위하여서 보이지 않는 끈기로 애쓰는 자연 본능을 확인 한 듯 가슴속 뭉쿨 함을 느끼게도 한다.
    가지가 모두 잘려서 올해에는 열매가 시원찮은 감나무도 다시 가지를 잘 정비하여 우리 집 정원에 알맞고 보기 좋은 크기로 다시 키울 희망을 가져본다.  

       원래 나무는 사는 집 보다 키가 너무 크거나 성하면 집이 어두워지니 바람직하지는 않다. 보통 때 같으면 열매가 잘 여는 이 나무를 아까워서 어이 자를까 싶어 한참은
    망설여졌을 이 일이 벌레가 성하므로 해서 다시 보기 좋게 자르고 새로운 나무로 태어
    나는 계기를 맞았다.

       그렇다.  
    인생이란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에서라도 다시 긍정적인 쪽으로 이끄는 방향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다는 소박한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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